『오롯한글』의 글을 쓰며 - 말맛을 일깨우는 단 한 글자
1장 수평의 말
불다 - 하 호 후
2장 수직의 말
뀌다 - 뿍 뽕 뿡
떨어지다 - 똑 뚝
떨어지다 - 꽁 꿍 콩 쿵 퐁 풍
떠오르다 떠다니다 - 둥 붕
3장 사선의 말
베다 - 삭 싹
소리를 지르다 - 깩 끽 빽 삑
내리쬐다 - 쨍
4장 만방의 말
트림하다 - 꺽 끅
내뱉다 - 칵 캭 캑 퉤
토하다 - 꿱 왝 웩
들이마시다 - 흠 흑 흥
긁다 문대다 찢다 - 박 벅 북 쪽 쭉 찍
찌르다 박다 찍다 - 콕 쿡
들어가거나 내밀다, 올라가거나 내려가다 - 쏙 쑥
스치다 - 솨 쏴 쌩 씽
빠르게 움직이다 - 핑 ? 획 휙 횡 홱
쓰러지다 - 팩 픽
달라붙다 늘어지다 - 착 척 축
벌어지다 들러붙다 - 딱 떡 짝 쩍
퍼지다 - 짝 좍 쫙
5장 순환의 말
울다 - 앙 왕
아픈 소리를 내다 - 깽 끙 낑 캥
나팔이 울리다 - 뚜 부 뛰 빵
크게 울리다 - 꽝 쾅 땅 탕
치다 두드리다 - 꽹 땡
뚫리다 터지다 - 봉 빵 펑
여럿이 몰리다 - 와 왁 우
날아가다 - 앵 웽 윙 잉
돌다 - 뱅 팽 횡 휭
글썽하다 - 빙 핑
웃다 - 해 헤
6장 정지의 말
누르다 숨다 - 꼭 꽉 꾹
막히다 - 컥 헉
비다 - 텅
사라지다 - 쓱 뿅
『오롯한글』의 글씨를 쓰며 -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게 하다
삼라만상을 품은 한 글자 의성의태어를
가장 한글답게 살리고 써내다
문장 한 가운데 쏙 박혀 말에 말맛을 더하고 글에 생기를 더하는 우리말 의성의태어. 지금은 수많은 은어와 속어에 밀려 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를 원음에 가깝게 쓸 수 있게 창제되었다는 우리말 한글에는 자연의 소리를 본뜨고 그 모양을 흉내 낸 소릿말과 모양말이 아주 많다.
오롯한 글, 오롯한 한글, 오롯한 글자, 오롯한 한 글자. 여러 가지 의미의 제목을 가진 이 책 『오롯한글』은 3년 전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으로 800여개의 우리말 의성의태어를 독자에게 소개한 장세이 작가가 선보이는 두 번째 한글책이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 가장 짧지만 삼라만상을 다 품은 한 글자 단어들만 골랐다. 그리고 영화 「의형제」, 드라마 「미생」 등의 제목과 ‘참이슬’과 ‘화요’ 등의 상표 글씨를 써낸 캘리그래퍼 강병인 선생이 당신만의 글씨로 그 글자들을 멋지게 표현했다.
추위를 녹이는 입김만큼 따뜻한 온기를 지닌 한 글자 ‘호’는 장세이 작가의 글에서 가장 적절한 자리에 쓰여 그 온도를 그대로 전하고 강병인 선생의 글씨에서 가장 알맞은 모양으로 쓰여 그 따뜻함을 온전히 내뿜는다. 무언가를 단번에 베는 소리 ‘삭’, 야무지게 찌르거나 박는 모양 ‘콕’,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지는 모습 ‘뿅’ 등 나름의 맛과 멋을 지닌 112자의 진가가 두 작가의 글과 글씨에 모자람 없이 담겼다.
의성의태어는 뜻글자가 아닌데도 제 뜻을 실어 펼치는 데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우리말이다. 이 책은 의성의태어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한 글자가 말과 글을 얼마나 풍부하고 멋들어지게 하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 안에 있는 언어 감각을 일깨우고 언어유희의 욕망을 자극한다. 한글을 더 깊이 알고 글과 제대로 놀고 싶어 하는 이들, 귀에 쏙 박히는 말, 감칠맛 나는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 하는 이들, 고유한 한글의 멋을 품은 글씨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써내고 싶어 하는 이들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천지자연과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글씨
글씨예술가 강병인의 붓끝에서 피어난 여든여덟 점의 글꽃
이 책에 담긴 여든여덟 점의 글씨는 모두 강병인 선생의 작품이다. 글씨예술가, 글씨의 시인, 한글 캘리그래피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는 지난 1년간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 『오롯한글』의 작업에 매진했다. 우리가 살면서 내고 듣는 수없이 많은 소리를 붓과 펜으로 오롯이 표현하여, 소리가 살아서 글씨 밖으로 걸어 나와 우리에게 말을 걸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글씨 하나에 천지자연과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을 온전히 담고 싶었다.
그의 바람처럼 책 속의 글씨를 보고 있으면 글자 읽는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슬쩍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글씨 생김새대로 입술을 오므렸다 벌리며 마치 글씨가 시키는 대로 글자를 읽으려 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해죽 웃게 된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온 세상에 피어나게 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전통 서예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시켜 독특한 한글 서예로 한글 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 예술적인 가치를 보여 주고자 한 선생의 의지가 한껏 느껴진다.
이야기꾼 장세이와 글씨예술가 강병인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책은 독자에게 좋은 글을 넘어 좋은 글씨가 무엇인지까지 생각해 볼 계기를 준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글뿐만 아니라 글씨로도 해학을 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한글의 맛과 멋을 살린 글과 글씨를 써 보고 싶은 의욕이 불끈 솟을 것이다. 이 작고 특별한 책이 우리말과 글의 웅숭깊은 맛을 되살리는 데 작지만 단단한 고임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