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장 이정미, 노동운동에서 진보정당으로
2장 이정미, 얼굴 없는 시민들과 함께
3장 이정미, 포스트(post) 노회찬
4장 이정미, 내일의 정치
나가며
부록/ 이정미 의원이 걸어온 길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별명은 ‘철이’다. [은하철도 999] 철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래서일까. 이정미는 앞을 향해서 달리는 기차처럼 에너지 넘치는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위원을 맡을 때도, 외식업체 애슐리 노동자들의 밀린 임금을 받아줄 때도,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여 국민의 의사를 올바르게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할 때도 국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렸다. ‘은하철도 999’의 ‘999’는 미완성을 뜻한다. 1000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999는 미완성, 즉 [은하철도 999] 속 영원한 소년인 철이를 의미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여전히 ‘미완성’인 대한민국 정치를 완성시키는 그날까지 이정미는 앞만 보고 달릴 것이다.
이정미가 정치산문집 『정치의 의무』를 출간했다. ‘전태일’을 알게 되며 대학을 중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든 시절부터 정의당 대표로 일했던 시간을 그러모았다. 이정미 정치의 출발은 ‘행복’이다. 행복과 정치의 물음에 답을 준 사람은 언니였다. 중증발달장애 아들을 둔 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진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가가 이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미 정치의 핵심은 ‘여성’ ‘청년’ ‘비정규직’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주류가 되고, ‘노동’의 다른 이름이 여성, 청년, 비정규직이 되는 날까지 이정미는 달릴 것이다.
2017년, 이정미의 정치 인생은 큰 도약을 이뤘다. 그는 정의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공동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고, 진보정당 역사상 첫 특별위원장을 배출했다. 지방선거에서 10퍼센트 가까운 득표를 하고, 정당 지지율 두 자리 수를 넘겼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패스트 트랙을 성사시키고,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선거 때만 되면 찾아오던 정의당 내부의 패배주의도 말끔히 사라졌다.
2020년 총선에서 이정미는 인천 연수구 을(송도)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의 총선 승리와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지역구에서 반드시 승리해 돌아오는 것, 그래서 정의당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것. 그것이 이정미의 소임이자 목표다. 이정미는 믿는다. 정의당 대표 이정미가 ‘지역구 당선’으로 재선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정치사에 획을 긋는 일이라고, 차세대 진보정치의 초석을 닦는 일이라고.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요?”
“예, 그래도 세상은 바뀝니다!”
『정치의 의무』는 뮤지션이자 제주에서 ‘책방무사’를 운영하는 요조와의 대화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평소 서로를 응원하던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중요한 현대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정미와 달리 요조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이야기했다. 젊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정치와 역사를 바라본 결정적 계기였다.
이정미의 정치는 ‘아래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차별과 혐오, 폭력의 위험에 살아가는 수백만 ‘82년생 김지영’의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비동의 강간죄-성폭력-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스토킹범죄 처벌특례법과 같은 미투 법안을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정미의 정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중소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의 전환비용이 필요하다고 일깨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최저임금, 주 52시간, 노동권 확대가 보장되도록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고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청년사회상속제,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탈출을 위한 청년주거 정책, 청년실업부조, 5퍼센트 청년의무고용할당제…… 이정미의 대안은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진 청년세대를 돌아볼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지금 우리는 ‘분노사회’를 살고 있다.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은 저마다 다른 울분을 표출한다. 『90년대생이 온다』 속 밀레니얼 세대는 공정과 정의를 상실한 기성세대에 분노한다. 상처, 불공정, 비정규직, 갑질, 꼰대, 따돌림, 괴롭힘, 차별, 착취, 혐오, 비리, 잘못 은폐, 공권력 남용, 재난, 참사, 왜곡…… 대한민국은 답답함과 분노가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조국 정국’을 지나며 이정미는 많은 것을 돌아보았다. 왜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는지, 2030세대가 요청하는 공정함이 무엇인지 반문해보았다.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지표가 사라진 젊은 사람들의 상처를 헤아렸다.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정미에게 정치의 의무는 ‘기억’이다. 그는 세월호를 기억한다. 고 김용균 씨와 그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던 여성노동자를 기억한다. 그리고 노회찬을 기억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요?” 영화 [1987]에서 ‘연희’는 이렇게 묻는다. 이정미는 믿는다. 연희와 같이 묻는 청년들에게 당당히 답하는 것, 그것이 정치인 이정미에게 주어진 ‘정치의 의무’라고.
“예, 그래도 세상은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