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건 불꽃이 혀를 날름대며 나무 기둥을 삼키고,
그 안에 갇힌 내 어미의 생명이 꺼지던 날,
나는 에시엣의 종이기를 포기했다.
교황을 죽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철저히 방관하고
종내는 반발마저 창칼로 밟아 꺼뜨린
그 잔혹한 에시엣의 첫 번째 종을.
마녀사냥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카야 맥노프.
교황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사제가 되어
신전에 들어온 그녀는
금지 구역에서 눈에 벌꿀을 떠 넣은 것 같은
매혹적인 소년, 레미엘을 만난다.
“난 네가 마음에 들어.”
“…….”
“그래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발각될 뻔한 위기에 처한 이후,
레미엘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애타는 심정으로 그를 기다리던 카야에게
교황에 대한 증오심을 한층 더 강하게 품게 하는 사건이 생기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보좌 사제가 되어
드디어 교황을 만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