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향한 염려와 걱정으로 조바심을 내며 편지를 쓰는 조선의 아버지들. 이황 유성룡 박지원 등 학자 관료 문인이기 이전에 아버지 였던 조선의 선비들이 아들 에게 쓴 편지를 통해 그들의 자녀교육법 공부법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몸가짐 등 삶의 방식과 가치를 탐색해본다. 자식의 성품과 장단점을 살펴 자식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침을 내린 아버지들의 개성도 엿볼 수 있다. 부모만큼 제 자식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있을까요? 학자 관료 문인이기 이전에 아버지 였던 조선의 위인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살펴봅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문신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자신감을 잃고 과거시험을 포기한 아들에게 어떤 편지를 남겼을까요? 조선 중기의 문인 옥봉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은 두 아들이 무사히 과거 시험장에 출입한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였으나 능히 글꼴이나 갖추었는지 걱정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서울에서 미관말직을 전전하며 홀로 있는 아버지는 고향의 아내 못 미더운 자식 걱정으로 한숨만 늘어갑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 서애 유성룡(柳成龍 1542~1607)은 집안의 우환과 전란 등으로 한창 공부할 때를 놓친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공부 경험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젊은 날의 시간은 금쪽같이 소중한데 이미 흘러간 시간이야 어찌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의문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과 꼼꼼히 읽는 것 등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며느리의 순산 소식을 기뻐하며 종이 위에서 아기의 응애응애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적어 손자를 본 기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어 산후의 병증으로 몸져누운 며느리를 위해 조리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순암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은 당시 16세의 나이로 장가를 들기 위해 신부 집으로 떠나는 어린 아들이 행여 처가에 가서 몸가짐을 바로 하지 못해 실수할까 걱정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초정 박제가(朴齊家 1750~1805)는 유배지에서의 일상을 하나하나 적어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복잡한 심경 속에서도 식구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편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세 아들에게 보낸 아버지의 편지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예술가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예술가답게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도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 직접 만든 물건 이야기 등 사물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아비에게 글씨에 대한 조언을 구한 아들을 기특하게 여긴 아버지의 마음과 조언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화가 표암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평소 지인들과 앉아 나누었던 대화를 아들에게 전하며 사후 자신의 제사상에 관한 당부의 말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 택당 이식(李植 1584~1647)은 아비의 안위에 전전긍긍하는 아들의 속내를 가늠하여 아비는 걱정하지 말고 본인의 마음이나 잘 다스리라고 보듬어 주었습니다.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뜻을 확장하라는 처방을 편지에 담으며 가난을 편히 여기고 마음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 서계 박세당(朴世堂 1629~1703)은 역사책을 읽으려 한다는 아들을 대견해하며 역사책 읽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 더미 속에 든 활자를 마음속으로 그대로 옮겨 놓는 일 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편지입니다. 이황은 서른이 다 되어 과거 준비를 하기 위해 떠나는 아들에게 부족한 공부에 대한 조언 벗과 함께 있을 때의 몸가짐에 대해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같은 무리 중에서 어른 축에 속한 아들이 부족한 안목 탓에 남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던 편지랍니다. 아들의 혼사(婚事)를 앞두고 객창에서 적막하게 지내던 아버지는 모처럼 고향 집에 함께 모인 가족이 오순도순 정겨워할 모습을 떠올리며 편지를 썼습니다. 또한 여러 선생과 장자로부터 아들에 대한 칭찬을 듣고 흐뭇함을 숨기지 않았던 아버지는 젊은 시절은 머물지 않음을 강조하며 명실상부하도록 더 노력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환갑의 나이에 처음 본 손자 소식에 흥분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대체 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느냐고 닦달했습니다. 손수 고기를 볶고 고추장을 담가 보냈음에도 아무 답장 없는 아들의 무뚝뚝함에 대한 서운함도 편지에 담았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아버지는 동생 자식들과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남편 걱정 때문에 아내는 몸져누웠고 아들은 아버지와 관련한 소문만 듣고 당장에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자 아버지는 아내에 대한 걱정과 아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편지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