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1899.7.21 ~ 1961.7.2.)
헤밍웨이는 살아생전에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도 누렸다.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인정을 모두 얻은 20세기 미국 문학의 전설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현대까지 이어진 그의 유명세는 문학적 업적 뿐 아니라 실제와 과장이 뒤섞인 전기적인 일화들이 전설처럼 전해진 덕분이다. 양차 세계대전의 현장에 있었고, 4명의 아내와 결혼했으며, 아프리카 여행 중 두 번의 비행기 사고를 당해 전세계에 그가 사망했다는 오보가 나기도 했다. 네 번째 부인과 쿠바에 거주하던 시절 엉뚱한 의용대를 창설하는 촌극을 벌였고, 제2차 세계대전 종군 특파원으로 파견 나갔을 때도 자체 의용대를 조직해 결국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노인과 바다>로 자신의 명성의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엽총으로 자살한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권총을 자기 입 속에 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범상치 않은 일화들이 헤밍웨이의 ‘전설’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학적 평가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헤밍웨이 소설은 작품마다 완성도가 고르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비평가들도 많고,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하지만 신문기자 시절 습득했다고 밝힌, 건조하고 간결한 문장과 부연설명을 건너뛰고 핵심으로 진격해나가는 압축적인 서술방식이 헤밍웨이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구축해냈음은 분명하다. 또한 그의 소설들 대부분은 자신의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조됐다는 점에서 사실주의를 추구했다고 말할 수 있다. 때로 여러 외국어를 섞어 쓰거나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들을 사용한 것도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날것의 삶을 그대로 옮기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에 얽힌 엇갈린 평가와 왜곡된 관심에도 불구하고 헤밍웨이의 문학은 작가 사망 60주년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에서도 결코 다른 작가로 대체될 수 없는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작가의 삶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들에는 과장과 거짓말이 섞여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들은 작가가 몸으로 부딪혀 발견한 생의 진정성을 굳건히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