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01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앤아버Ann Arbor 미국, 미시간 주
02 이 도시가 다시 반짝일 날은 언제인가
도쿄東京 일본, 도쿄 도
03 갈등과 마찰 안에 흐르는 희망의 거친 힘
서울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04 각각의 ‘개인’들이 ‘오늘’을 살다
대전 대한민국, 대전광역시
05 추억은 사라지고, 남은 건 건조한 부자 동네뿐
더블린Baile Atha Cliath 아일랜드, 렌스터 주
06 이곳에서 국가와 도시의 관계를 생각하다
런던London 영국, 그레이터런던
07 변방에서 누리는 평화로운 일상
구마모토와 가고시마熊本 & 鹿?島일본, 구마모토 현과 가고시마 현
08 환상 속 디즈니랜드 밖, 이제 무엇이 될 것인가
교토京都 일본, 교토 부
09 지금도 이곳은 꿈꾸는 자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Las Vegas 미국, 네바다 주
10 진한 역사의 향기로 한국 도시사의 상징이 되다
전주와 대구 대한민국, 전라북도와 대구 광역시
11 “고향 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황금의 문 곁에서 나의 램프를 들어올릴 터이니”
뉴욕New York 미국, 뉴욕 주
12 도시 재생을 둘러싼 고군분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프로비던스Providence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도시란 무엇인가’, ‘도시는 무엇을 향해 움직이는가’를 되묻게 하는
도시 생활자, 로버트 파우저의 매우 복합적인 시선과 태도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는 그러나 도시에서의 삶을 반추하는 개인의 추억담이 아니다. 도시를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책도 아니며, 여행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의 전달이 이 책의 목적도 아니다. 로버트 파우저에게 도시는 생활의 공간이자, 일종의 탐구의 대상이었다. 어떤 도시에 발을 내딛거나 살게 될 때 그는 이 도시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볼까보다 이 도시를 구성하는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며, 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눈에 보이는 것이 많을수록 관심사는 더욱 더 깊고 넓게 펼쳐졌다. 그에게 도시에서의 삶이란 삶의 이력과 족적이 동반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평생 관심사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떤 도시에서는 고교 시절 보았던 그 도시와 50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달라진 모습을 통해 그곳의 변화상을 좇기도 하고, 어떤 도시에서는 사람들과의 깊은 소통을 통해 도시가 품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도시에서는 한 발 떨어져 그야말로 관찰자의 시선으로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객관적인 제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도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나의 도시에 대한 그의 태도와 시선은 매우 복합적이다. 오로지 애정의 대상이거나 서늘한 판단의 대상으로 하나의 도시를 규정하지 않는다. 하나의 도시일지언정 애정과 추억과 아쉬움과 비판, 이후의 제언이 개별 도시마다 빼곡하다. 이러한 특징은 도시를 바라보지 않고 도시와 함께 섞여 보낸 두터운 시간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는 1983년 서울과의 첫 만남 이후 2014년에 걸쳐 서울에서 약 13여 년을 살았고, 도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무려 40여 년 전부터다. 교토에서는 6~7여 년을 살았고, 대전과 구마모토, 가고시마 등에서도 몇 해를 살았다. 뉴욕과 런던은 숱하게 다녀온 터라 골목골목이 모두 익숙하고, 한국에 사는 동안 틈날 때마다 찾은 전주와 대구에는 언제나 찾아가면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책에 실린 고향 앤아버와 현재 거주지인 프로비던스, 유학생으로 머문 더블린, 어머니가 살고 있던 라스베이거스 외에도 전 세계 숱한 도시들을 때로 주유하며 때로 거주하며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도시의 특징과 특성이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축적되어 있다. 그런 그였기에 도시는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분석의 대상일 수도 없었고, 동시에 단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꿈과 추억의 공간일 수는 없었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보통의 도시인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미래를 꿈꾸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의 이동을 거듭하며 살았던 그의 삶의 족적은 쉽게 볼 수 없는 유형이어서 어쩔 수 없이 매우 독특하다. 그런 그 덕분에 우리는 ‘도시란 무엇인지’, ‘도시는 무엇을 향해 움직이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되묻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 스스로 ‘삶의 터전으로서의 도시’뿐만 아니라 여행지로 꿈꾸던 막연한 어떤 ‘도시의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획득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외국어 전파담]에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쓴 도시 탐구기
서울, 도쿄, 마드리드, 시드니, 프로비던스, 교토 그리고 다시 서울을 거쳐 완성한 한 권의 책
2018년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를 주제 삼은 [외국어 전파담]을 통해 많은 독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로버트 파우저는 이 책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집필했다. [외국어 전파담]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에게 ‘어떻게 하면 외국어로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이번 책에서 집필의 과정을 일부 밝히기도 했다. 여러 언어의 섭렵자인 그 역시 외국어로 글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약 1년여 전부터 이 책의 집필을 구상한 그는 수록할 도시의 목록을 정리하고, 각 도시마다 어떤 내용을 담을까에 대해 주제를 생각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외국어로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그는 매우 세부적이고 일목요연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할 이야기를 정리한 뒤에 집필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오히려 이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주제에 집중할 수 있었노라 이야기한다.
또한 이 책의 구상부터 마지막 저자 교정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쿄, 마드리드, 시드니, 프로비던스, 교토 등을 오가며 지낸 그의 지난 1년여의 족적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도시를 거쳐온 삶의 과정을 압축한 것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이 도시에서 저 도시를 떠올리고, 다시 저 도시에서 이 도시를 바라보며 여러 도시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한 셈이다.
이렇듯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도시를 섭렵하며 도시의 생활자이자 탐구자, 관찰자로 살면서 수많은 언어를 순례해온 그였기에 풀어놓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우면서 생생한, 그러면서도 본격적이면서 위트 넘치는 제대로 된 도시담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