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을 대신하여
1. 딱딱한 책 『북학의』
2. 백수 청년이 경세가를 꿈꾼 이유
3. 『북학의』는 박제가 혼자 쓴 책이 아니다
4. 『북학의』는 박제가가 평생을 바쳐 쓴 책이다
5. 통진에서
주
새로운 나라를 꿈꾼 진보적 사상가 박제가
저자 설흔은 우리 고전과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탐구하는 고전 마니아이자, 거기에 문학적 상상력을 보태 문헌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풀어내는 소설가입니다. 그런 저자가 우리 옛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를 위해 한국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을 골라 본격적으로 읽어 냅니다. 그 시작이 바로 박제가의 『북학의』이지요.
저자는 고루한 느낌을 주는 책 『북학의』가 왜 고전으로서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니는지를 『북학의』를 연구하고 번역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북학의』를 다루기에 앞서 바탕 사상이 된 이용후생 사상과 박제가의 성장사, 성품을 설명하기도 하지요. 박제가는 타협을 모르는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조선의 경제 개혁이라는 파격적 주장을 펼친, 성리학에 매몰된 조선에서는 보기 드문 ‘기적의 선각자’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생각해 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저자는 박제가에게 영향을 준 여러 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소개합니다. 가까이는 박제가보다 한 세대 전 인물인 유수원, 수백 년 전의 조헌과 이지함, 멀게는 천 년 전의 최치원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박제가보다 앞서 중국을 다녀왔거나 개혁을 촉구했던 인물이지요. 과거의 인물뿐 아니라 박제가와 동시대를 살면서 학문적으로 교류하며 깊은 우정을 나눈 박지원, 홍대용, 이희경 등도 있습니다. 이들 모두 실용적 학문을 추구하며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죠. 저자는 이들의 저서와 『북학의』를 비교하며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이 박제가와 북학을 추구한 학자들이 중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세세하게 파악하도록, 과감한 개혁안의 배경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북학의를 읽다』는 자신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한 사상가와 그의 사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쉽게 쌓을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변화에 대한 박제가의 열망과 백성들의 힘겨운 삶을 개선하고자 했던 그의 절실함은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던 박제가. 그의 열린 마음과 섬세한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먼저 저자의 안내를 받아 박제가와 『북학의』를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