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법대로’ 굴러가는 사회의 시민으로 살기 위하여

임건순 | 유유 | 2019년 12월 16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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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진나라는 어떻게 기나긴 분열을 끝냈을까?

중국의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전쟁의 시대였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민중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지배층 또한 외환이나 권력 다툼으로 비명횡사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난과 혼란 속에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사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지러운 세상을 안정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성찰한 결과이다. 제자백가 가운데 법가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법가를 수용한 진나라는 전국시대의 절대강자가 되었다.

그런데 강력한 전제군주 진시황의 이미지 때문인지, 진 멸망 후 사상계의 주류가 된 유학자들의 왜곡 때문인지 법가와 그들이 행한 법치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백성을 억압하는 가혹한 통치술, 전제정치를 추구한 권모술수로 여겨지곤 한. 또 우리는 진나라가 강성해진 과정은 보지 않고 멸망한 모습만 보곤 한다.

그러나 실제 진나라에서 행해진 법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놀랍다. 진나라의 법은 귀족과 토호가 백성에게 부리는 횡포를 근절하고, 토지와 조세 제도를 개혁해 농민의 생산의욕을 고취한다. 신분과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상과 벌을 내린다. 공이 없으면 세습 특권을 거두고 공을 세우면 신분을 올려 주는 새로운 신분질서가 세워진다. 인사행정에도 법을 적용해 정실주의와 특혜를 없애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발휘한다.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법치를 가장 철저히, 지속적으로 행한 결과 진나라는 나머지 6국을 압도하는 국력으로 천하를 통일했다.

저자소개

임건순
충남 보령 출신의 젊은 철학자. 제자백가, 그중에서도 소외당해 온 법가와 병가, 묵자를 꾸준히 공부하고 알려 왔다. 단순한 텍스트 해석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함께 사는 이 땅을 좀 더 낫게 바꾸는 고전 읽기를 하고자 애썼다. 실사구시와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동양철학이 공동체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패기 있는 청년들과 고전을 함께 읽으며 한국에 새로운 법가 사상의 토양을 일구려 한다.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 『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 리를 간다』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를 썼고 『손자병법, 동양의 첫 번째 철학』, 『병법 노자, 생존과 승리의 제왕학』과 『암송 대학?중용』, 『암송 도덕경』을 선보이며 지금 한국에서 동양고전 읽기의 방법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목차소개

들어가는 글
1 진나라는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나?
2 공 없는 자가 상을 받으면 적에 맞서는 백성이 없어진다
3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붕당을 쳐야
4 장삼이사가 군주가 되어도 나라는 ‘법’으로 돌아간다
5 부국강병을 위해 백성을 ‘보호’하는 법이 필요하다!
6 똑똑한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법으로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7 법을 교육하지 않아 죄를 지었다면 처벌하지 말라!
8 법은 귀한 사람이라 하여 아첨하지 않는다
9 현명한 군주는 지혜로운 자가 생각을 짜내고 일을 결단하게 한다
10 날아가는 용의 구름이 걷힌다면 지렁이와 다를 바 없다
11 백성들이 성인을 따르는 것은 베풀었기 때문이다
12 머슴에게 품삯을 주는 것은 그래야 밭을 깊이 갈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법가, 건강하고 부강한 공동체를 위한 사회개혁

법가에서 주장하는 법치는 단순히 법대로 하자는 것을 넘어섭니다. 후진적인 구체제를 뜯어고치고 특권을 없애 사회 전반을 개혁하자는 주장이기에 보수·기득권 세력과 내내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가에서는 통치 계층이 덕을 쌓아 백성을 교화하면 세상은 절로 안정된다, 그러니 예禮로 대표되는 관습으로 다스리면 된다며 법과 제도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법가에서는 관습이란 세습 귀족의 기득권을 위한 것이며, 공맹이 말하는 인의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국제환경, 인구가 급증하고 생산력이 높아져 이익을 다투는 당대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법’과 같은 객관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 한나라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외세에 줄을 선 간신배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상황,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싸운 이들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재화인 식량을 생산하는 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특권 세력의 전횡을 막고 그들의 힘을 빼앗아 백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법치를 주장하죠. 한비자는 법의 근본은 백성의 보호이며, 정치와 행정이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고 사적 욕망을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만 국력이 강해진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명확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법法, 신하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통제하는 술術, 민심을 등에 업은 든든하고 확고한 세勢를 통치원리로 제시합니다.

법가를 알면, 우리 현실의 치유법이 보인다

동양철학, 왠지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처럼 느껴지나요? 그렇다면 실사구시와 합리주의 동양철학을 지향하는 ‘제자백가의 달인’ 임건순 선생과 함께 법가부터 만나 보기를 권합니다. 유가 중심의 편식에서 벗어나 보면 제자백가는 더없이 다채로운 종합 사회과학입니다. 그중에서 법가는 막연한 이상이 아닌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을 제시하며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했지요. 법가는 현실 너머가 아닌 현실을 보는 근대적인 철학이며, 패기와 기백으로도 으뜸가는 매력적인 사상입니다. 이 매력적인 사상을 짧지만 알뜰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임건순 선생은 법가 사상을 재미나고 알기 쉽게 풀어 가면서 그 속에 깃든 정치·사회·경제학적 통찰, 민본과 위민 정신을 끌어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바로 법가의 지혜와 자극이 필요하다고 진단합니다. 정치와 사회 문제를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법가를 공부하자고, 특히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미래 세대에게 법가의 문제의식과 통찰력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인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세습 특권이 타파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나요?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고 이를 위해 법이 잘 기능하나요? 입법은 투명하고, 법 집행은 합리적이고 공정한가요? 법 앞에서 우리 모두 평등한가요? 법이 권력자와 가진 자에게만 관대하지는 않은가요? 우리의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법인가요, 옥죄고 겁박하는 법인가요? 법 지식을 악용한 편법과 꼼수가 횡행하지는 않나요? 우리가 법을 통해 구현하려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법불아귀, ‘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법가의 외침은 2200년 전 과거가 아닌 지금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일갈처럼 들립니다. 서릿발 같고 대쪽 같은 법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읽히고, 법대로 굴러가는 사회의 청사진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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