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기자인 김수철은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해서 기사를 쓰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운 사이에 어머니와 아내는 또 다시 냉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일 년 전에 수철의 아들이 죽은 이후 두 사람은 그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싸움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가정사와 별개로 국회에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탄핵 심판이 열리던 날 정권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다. 집시법을 비롯해 많은 것이 정권 유지에 유리하도록 바뀌고 난 지금 수철은 집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또 다시 밖으로 나갔다.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해서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한강에서도 발견되기 시작한 큰빗이끼벌레가 집 근처 하천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제보였다. 그곳에는 흉측한 모양의 큰빗이끼벌레가 물속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문제의 생명체를 뜰채로 건져 올리는 순간 수철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보았던 큰빗이끼벌레보다 훨씬 더 둥근 모양이었으며 냄새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새로운 종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철은 표본을 채집해서 집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욕조에 표본을 넣어두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또 다시 갈등이 생겨났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수철은 서울역 근처에 있는 신문사로 향했다. 수철은 편집장과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 이 차를 마친 편집장은 삼 차로 좋은 곳에 가자며 그를 꼬드겼다. 그는 편집장의 강권에 못 이겨 유흥주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파트너로 선택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다. 성적인 유혹으로 수철의 시선을 분산시킨 그녀가 큰빗이끼벌레와 똑같이 생긴 물체를 그의 머리에 씌우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수철은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편집장이 옮겨간 곳으로 가보았다. 그곳에 있던 편집장의 머리에는 이미 그 이상한 물체가 씌워져 있었고 젤리처럼 변한 물체가 피부로 흡수되면서 감정을 강탈당하는 과정을 수철은 현장에서 목격했다. 놀란 그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자동차를 훔쳐 달아났다. 서울역 앞을 지나치면서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서울역 앞 광장을 중심에 두고 차벽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버스는 물론이고 일반버스까지 동원해 서울역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감정을 강탈당한 괴물들은 서울역을 통해 지방 각지에도 그 이상한 물체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