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연을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시간이 가면 나를 버린 그 사랑도 미쁠 수 있다는 걸 나비로 날아와 꽃으로 살다 바닥에 사뿐히 내려앉은 마른 꽃잎에게서 배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지독한 고독에 몸을 담고 태초의 그 날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망연히 자신을 바라볼 때조차 자신을 속이는 것이 인간”이라는 걸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존재가 다 옳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다 가겠단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풀꽃 하나 나무 한 그루의 전생이 그러하듯 언젠간 편안한 바닥에 몸을 펴고 붉은 단풍나무와 노란 민들레와 작은 벌레의 한 끼 밥이 되리라. 그리운 사람은 지구 반대편 어둠 속에 있고 숲 속에 우두커니 그러나 평화로이 앉아 그를 그리워한다. 처음의 속도를 회복하고 싶다. 느린 호흡과 먹고 자며 억지 부리지 않고 절로 그리되기를 희망하는 것 단문이 장문이 되기를 바라진 않지만 지나친 절제는 감성을 건조하게 하므로 경계대상이다. 오늘도 나와 함께 밤을 보냈지만 선택되지 못한 것들은 가차 없이 내려놓는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다 보면 언젠간 그곳에 닿을 것이다. 어둠이 검은 막을 밀어내고 창이 밝아오는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건 약간의 시간과 따듯한 커피다. 이 책은 숲이 전하는 말 숲에서 만끽한 사유의 편린 잠언 같은 글을 모았다. 이것은 지금의 내 마음이기도 하고 이쯤에서 내려놓고 싶은 당신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삶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가 아닌가. 불가능을 예측하되 가능을 꿈꾸며 자연과 사회가 제시하는 규범을 지키며 그러나 아무도 이길 필요가 없는 일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