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딱 그녀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이상형을 갖고 있는 것에 또 그런 타입에 자신이 매혹되는게 싫었다. 짙은 회색의 곱슬머리. 단단해 뵈는 볼 양쪽에 패인 보조개는 꼭 꼬집어보고 싶게 만들었더랬다. 그의 빳빳한 흰 셔츠와 다크블루의 바지 가죽신발에 달린 장식술에 선 주름에 그녀는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지 멜빵. 세상에 그렇게 멜빵바지를 입은 남자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그녀는 편한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발을 옮겼다. 그녀는 어설픈 작은 위선자였다. 오토바이를 탄 무뚝뚝한 반항아 대신 말쑥한 신사에게 그녀는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녀에겐 늘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니고서 도금된 이국적인 파이프에 심취해서 그것을 닦고 값싼 흥분의 세계로 그녀를 몰고가는 그런 남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일자리에서의 진급이나 성과들로 삶의 척도를 삼고 자신이 추구하는 자기만족적인 행복감에 어떤 의심도 품지 않은 그런 온건파에 속하는 사람이 더 낫다. 이런 사람은 그녀를 미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