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추하기 이를 데 없는 마굴 속에서 얼근해 앉아 있노라니까 그 방안의 주요한 가구를 이루고 있는 찐과 럼 술을 담은 커다란 통들 중의 어느 하나 위에 무엇인가 시커먼 것이 웅크리고 있는 데로 선뜻 눈이 끌렸다. 벌써부터 내내 이 술통 꼭대기를 보고 있었는데도 그것을 좀더 일찍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제 와서 나에게 이상한 생각을 일으켰다. 나는 가까이 가서 손으로 건드려 보았다. 그것은 검정고양이로서 ― 썩 큰 놈이었는데 ‘푸루토오’ 만치나 큰데에다 하나만 빼놓고 모든 점에서 그놈과 흡사하였다. ‘푸루토오’는 몸 어디고간에 흰털이라고는 통 없었는데 이 고양이는 가슴이 거의 모두 선명치 못한 윤곽이긴 하나 큼직한 흰 점으로 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