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키가 그들의 토론의 대상 인물을 슬쩍 한 번 훔쳐보고는 그의 값싼 모자와 값싼 구두와 창백한 여드름투성이 얼굴과 더러운 손과 철테 안경과 가죽끈의 손목시계 등을 한꺼번에 재빨리 관찰했다. ‘피터’는 그녀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과 황홀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피터’는 이 둘이 도대체 뭘 그렇게 수근 거렸을까가 궁금했다. 아마 ‘피터’에게 차라도 마시러 가자고 말해보고 의논했을 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마자 그는 그렇다고 확신해 버렸다. 일은 정말 기적으로 그가 그리던 그대로 척척 진행되는 셈이었다. ‘피터’는 바로 이 첫 번 데이트에서 “택시는 제 품속에서 잡으십시오.” 라고 말해도 괜찮을까 어떨까를 궁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