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강윤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에이전시에서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노인과 바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미안』 『니체의 신은 죽었다』 등이 있다.
머리말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
지혜를 사랑한 위대한 사상가,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격언인 ‘너 자신을 알라’는 고대 그리스 아폴론의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이 격언을 소크라테스가 철학적 활동에 쓰게 된 것은 자기의 무지를 앎으로써 시작하는 엄격한 반성이 철학적인 사유에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에 대한 자각과 앎과 도덕의 일치를 주장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도덕적으로 결벽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말들은 아테네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논제든지 그냥 넘어 가는 법이 없었고 사람들을 찾아가 그의 무지를 폭로했다. 그를 따르는 젊은이가 많아지는 만큼 그를 미워하는 자들도 늘었다. 정치적인 이유까지 겹치면서 결국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의 친구와 제자들은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내세워 동정표를 사라고 얘기도 하고 신념을 굽혀 목숨을 구하도록 청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변론했고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당시 아테네 법률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으면 24시간 이내로 독배를 마셔야 했으나 델로스로 배를 보내는 행사 기간에는 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사형은 미뤄졌다. 이 형이 집행되기까지 그가 외국으로 탈출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진리 앞에서는 신념을 굽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 크리톤의 간청에도 잘못된 것은 법률이 아니라고 하며 악행에 악행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소크라테스는 최후까지 인간의 이성과 진리의 숭고함을 믿었으며 죽음으로 그의 신념을 완성한다.
지성을 일깨우는 소크라테스의 메시지
소크라테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자들과는 길을 달리한다. 사색에 몰두하거나 저술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테네 거리로 나가 그가 누구이든 가리지 않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었다. 상대에게 질문을 하여 무지를 깨닫게 하고 진리를 알게 했다. 그의 대화법은 진리의 분만을 도와준다는 뜻에서 산파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는 지(知)와 덕(德)의 일치를 주장했고 덕을 실행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완전함을 이루고 가족, 재산, 명예 등 사람들이 집착하는 그 어떤 것보다 위에 있어야 했다. 심지어 죽음도 그것을 막을 수 없고 그리하여 인간 영혼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이전에는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자연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라는 화두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철학적 과제에 몰두한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를 비판하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이 옳다는 가정 하에 논리를 전개했고 그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는 변증법을 사용했다.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으로 대상에 대한 보편적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으로 계승되어 서양철학사의 골격을 이루는 특징이 되었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철학의 전통을 엿보게 하며 현대인들의 지성에 자극을 주고 잃어버린 가치를 묻게 하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