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호국에서도 가장 높고 험준한 설산,
담룡산에 들어간 이들 중 살아 돌아온 자는 없었다.
그러나 진협부의 가주가 되기 위해 여희는
기꺼이 그 땅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어떤 인연을 만날지도 모른 채.
“손이 닿길 수없이 바랐습니다. 하여 눈물을 닦아 주고 곁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의 연(緣)이라 했다.
“어떤 것이든 감당할 수 있습니다.
괴롭고 지친 것들은 전부 제가 하겠으니······.
저를······ 놓지만 마세요.”
내 모든 생애에 늘 함께했다는 사람.
그런데도 이토록 낯설기만 한 사람.
“저는 여전히 사헌을 믿을 수도, 원망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드러나는 진실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은 돌이킬 길이 없고.
“부디 다치지만 마세요. 그거면······ 그거면 됩니다.”
눈 내린 설산 위로 애달픔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