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딸, 자기 브랜드를 가진 디자이너,
능력 있는 스타일리스트, 포토북을 몇 권이나 낸 사진작가…
수식어는 화려했지만, 그 안에 진짜는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꾸며진 삶에서 딱 한 발짝 벗어나 돌아보니
발아래는 곧 무너질 모래성이었다.
“강 상무, 여자 있어요.”
“결혼할 사람은 너야.”
위선적인 아버지, 가식적인 어머니, 숨겨 둔 여자가 있는 약혼자.
형편없는 진짜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고,
그렇게 발 닿은 곳에 그가 있었다.
말간 얼굴에 짐작도 되지 않는 비밀을 삼킨 그 남자가.
“나하고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국수를 먹는 것보단 조금 나은 일.”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던 걸 갈구하게 만드는 남자.
진짜인 적 없던 그녀의 진짜를 끄집어내는 그.
당신을 보면 나는 어쩐지 숨 쉬는 것도 어려워.
비가 내리듯, 바람이 불 듯,
그렇게 그가 내게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