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사람
1장. 산골 마을에 사는 괴짜 자연인
정선 봉화치 마을의 봄
봉화치의 괴짜, 씨돌
자연의 친구
씨돌의 보물상자
봉화치 지킴이
봉화치를 떠나다
씨돌을 기억하는 사람들
[아저씨와의 인연]
2장. 의문의 죽음을 당한 청년들을 돕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웃음을 잃은 노모
죽음 뒤 벌어진 수상한 일들
안방으로 숨어든 남자
진실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국회로 간 정연관 상병 사망 사건
통한의 십칠 년
한울삶 그리고 요한
3장.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
6월의 명동성당
두들겨 맞는 일을 자처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한 씨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씨돌은 요한이었다
4장. 세 개의 이름에 담긴 세 개의 초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다
용현이 요한이 된 이유
요한이 씨돌이 된 이유
시인이 되다
십오 년만의 재회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5장. 밤하늘에는 빛나지 않는 별들이 더 많다
일본에서 찾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
아! 소리 없이 착한 사람들\
[그가 꿈꾼 세상을, 우리 모두가]
에필로그. 땅속의 잔뿌리들이 있기에 꽃이 핀다
땅속의 잔뿌리들이 있기에 꽃이 핀다!
“남을 위해서 아무 대가가 없는데
자기 몸을 다쳐가면서까지 저렇게 일하는 사람.
제가 가까이 본 사람 중에 요한 씨 같은 분이 없었어요.”
_윤순녀(노동 운동가)
김용현이라는 한 남자의 삶을 따라왔을 뿐인데, 취재를 마치고 나니 한국 현대사라는 긴 터널을 훑고 지나온 것 같다. 제작진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그의 인생 한 장면, 한 장면이 진지하고 무거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내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숨 가쁘고 때론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이큰별 피디는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분을 취재하며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있어요. '민주주의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인데, 우리는 그 꽃을 피운 사람에게만 주목했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된 수많은 사람은 주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어요. '요한, 씨돌, 용현'을 통해 단순히 이 아저씨의 대단한 인생만을 담으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민주화 운동을 하며 구속되고, 끌려가 맞아서 몸은 피폐해지고, 범죄경력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고, 그런 분들이 많아요. 이름도 명예도 없이 잊혀간 분들이죠. 그중에 하나가 '용현'인 거고, 세상에는 또 다른 용현들이 많아요. 우리가 '용현'을 주목한 건, 그분의 희생적인 인생의 가치도 가치지만, 나아가 또 다른 용현을 찾아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어요.”
‘우리’보다 ‘나’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더욱 중요해진 요즘의 일상에서 ‘나’도 ‘우리’도 아닌 ‘너’를 위해 청춘을 바친 용현의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우리 현대사 속에는 용현과 같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싸웠던 수많은 사람이 있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잔뿌리가 되어 오늘날과 같은 꽃을 피웠다. 부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빛나지도 않고 이름도 없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수많은 용현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방송이 끝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의 충격에 정신이 멍했다.”
-시청 후기 중에서
맨발로 산속을 누비며 자연의 친구로 지내고 삼풍백화점 참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려 애썼던 씨돌과 독재정권과 민주화 움직임 속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가족을 돌보며 진실을 밝히려 했던 청년 요한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제작진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이곳저곳 연락을 많이 돌렸는데, “김용현을 아느냐” 물으면 모른다는 분이,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은 요한인데?”라고 말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한다.
용현은 철저히 세 가지의 이름으로 살았다. 용현을 요한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씨돌, 용현이란 이름을 모르고, 용현을 씨돌로 아는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과거 요한의 모습을 몰랐다. 한 사람이 세 가지 이름으로 살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자신의 이야기를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빛나는 별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에서, 작은 일이라도 크게 부풀려 자기 성과로 내세우고 일등만 쫓는 경쟁주의 사회에서, 용현은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얼마든지 과시하고 돋보이게 할 수 있었지만,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산골 마을에 사는 괴짜 자연인 씨돌이 자연을 지키며 이웃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2장과 3장은 군사 독재 정권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청년들의 부모들과 함께 싸우며 굵직굵직한 한국의 현대사마다 모습을 드러냈던 요한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4장은 과거 민주화 운동하던 때의 후유증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있는 용현의 모습을 조망하며 그가 어떻게 요한이 되고, 씨돌이 되었는지에 대한 과거를 되짚어본다. 마지막 5장에서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싸웠던 이 땅의 수많은 용현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의미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