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생태와 과학이 담긴 길
해파랑길로 인문학 여행을 떠나요!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애플이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인문학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최첨단 과학이 이루어 내는 내일의 세계가 바로 인문학의 힘에서 나온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인생의책 출판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문학을 친근하고 재밌게 접근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인 해파랑길을 통해 여러 가지 설화, 전설, 역사, 인물 이야기와 각 지역의 고유한 자연 생태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나 볼 수 있도록 《해파랑길을 걸어요》 시리즈를 기획하기로 결정하고, 이제 그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해파랑길’을 직접 걸은 뒤 소개하는 체험 보고서
부산부터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진 해파랑길. 해파랑길은 동해안을 걸으며 자연과 생태, 역사, 전설을 모두 접할 수 있는 인문학 길이에요!
《해파랑길을 걸어요_고성》 편은, 짱뚱이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오진희 선생님이 해파랑길 고성 구간을 직접 다녀와서 썼어요. 해파랑길 지도를 보며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서 다녀온 체험담을 담았기 때문에, 실제 걷기 여행을 갈 때 도움이 될 정보가 가득해요. 해파랑길 여행 구간별 소개는 물론이고, 각 구간마다 특징적인 생태와 자연 환경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요. 또 여행지에 가서 먹고 즐길 음식과 축제에 대한 정보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설과 역사적 사건·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깊이 있게 다뤘어요.
호랑이 등을 타고 걸어 볼까요?
해파랑길 고성 구간은 46코스부터 마지막 50코스까지 해당돼요. 아쉽게도 통일 전망대가 있는 마지막 50코스는 걸어서 갈 수 없어요. 통일 안보 공원에서 출입신고를 한 다음, 안보를 위해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지요. 고성 지역은 예로부터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손꼽히지만,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종종 멋진 풍광을 가로막는 철책을 보게 될 거예요.
46코스에는 경치가 빼어나 관동 팔경으로 꼽히는 청간정이 있어요. 뒤로는 설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앞으로는 푸른 바닷물이 보이는 그림 같은 곳이지요.
47코스에서 가장 재미난 곳은 왕곡 마을이에요. 전통 한옥과 전통 초가집 모습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된 곳이에요. 이곳에서 전통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 거예요. 왕곡 마을은 외양간이 부엌에 붙어 있고, 굴뚝에 항아리를 얹어 놓은 재미난 특징을 지녔어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곳이지요.
48코스의 연어맞이 광장에서 연어를 바다로 보내는 체험을 해 보고요, 걸어서 갈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인 49코스를 둘러봐요. 아름다운 화진포 풍경을 감상하고, 그 주위에 있는 역사 안보 전시관(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에도 들러요.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곳이에요.
차를 타고 가는 50코스는 통일 안보 공원에서 시작해요. 이곳에서 출입 신고서를 받고, 차 앞에 출입 허가 차량이라고 표시된 노란 딱지를 붙여야 50코스를 여행할 수 있어요. 이곳에는 비무장 지대인 DMZ박물관이 있어요. 비무장 지대는 한국 전쟁 휴전 이후 50여 년이 흐르는 사이, 인간 출입이 통제되면서 놀라운 변화를 이룬 곳이에요. 포성과 비명이 가득했던 이곳이 이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과 천연기념물의 소중한 서식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인간 손길이 닿지 않은 동안 자연 스스로 회복되고 치유된 거예요.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곳입니다.
해파랑길은 부산 구간 1코스에서 시작하여 고성 구간 50코스로 끝나요. 하지만 통일이 되어 고성을 지나 두만강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면,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길은 쭉 이어질 거예요. 해파랑길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길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지요. 《해파랑길을 걸어요》(부산, 경주, 삼척, 강릉, 고성/전5권)와 함께 세계로 뻗어 갈 인문학 길을 걸어요.
생태계의 보고인 석호에서 철새를 만나요
추운 겨울이면 송지호와 화진포에 철새가 찾아와요. 강이나 호수가 꽁꽁 얼어도 송지호와 화진포는 좀처럼 얼지 않는 ‘석호’이기 때문이에요. 석호는 바닷물이 낮은 해안가로 흘러들어 만을 이루었다가 서서히 바다로부터 분리된 호수예요. 그래서 강에서 흘러드는 민물과 바다에서 흘러드는 해수가 섞인 독특한 생태 환경을 지녔지요. 염도가 높은 바다가 겨울에 잘 얼지 않듯이, 강보다 염분이 많은 석호도 겨울에 잘 얼지 않아요. 또 담수호에 비해 플랑크톤이 풍부해서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철새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되어 주지요. 송지호에는 철새 관망대가 있어서,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와 열두 달 내내 사는 텃새를 관찰할 수 있어요. 그 밖에 맑고 깨끗한 송지호와 화진포에는 멸종 위기에 놓였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동식물이 많이 살아요. 책에서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그중 오염되지 않은 산간 계곡에 사는 우리나라 토종 거북인 남생이도 있어요. 남생이와 자라와 거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봐요.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고 평화를 생각해요
고성 지역은 예로부터 경치가 빼어나 관동 팔경에도 든 곳이에요. 고성 일부 지역은 북한 땅이어서 갈 수 없지만, 우리 선조가 남긴 옛 그림에서 고성 지역 명승지는 물론, 관동 팔경을 모두 만날 수 있어요.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거예요.
경치 좋은 명승지로서의 명성과는 달리, 고성은 남북 양측이 땅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운 쓰라린 역사가 새겨진 곳이에요. 이런 싸움 끝에, 한국 전쟁 이전에는 북한 영토였다가 휴전 협정 이후 다시 남한의 땅이 되었지요. 해파랑길 고성 구간을 걸으며 한국 전쟁과 분단이라는 우리 역사를 마주 하고, 평화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