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모든 지역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vs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므로 인권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대선 안 된다.”
이제 ‘인권’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쯤은 안다고 생각하고, 그중 몇몇은 고개를 내저으며 또 그 소리냐고 질색하기도 할 만큼 인권은 대중적인 개념이 되었다. 실상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세계는 자신의 권리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해 온 사람들이 만들어 놓았다. 인류의 역사는 인권 발견과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인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인권이 우리의 일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인권? 인간이 권리를 가진다고? 도대체 무슨 권리를 가지는데?” “누구나 자기 권리만 주장하면 세상은 어떻게 되나?” “나라마다 문화도 경제ㆍ정치적 상황도 다르고, 개인도 저마다 인성도 능력도 다른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본적 권리를 가져도 되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권 목록은 그럼 누가 결정하는데?” 이러한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인권은 그저 “사람에게는 권리가 있다.” “인권은 좋은 것이다.” 하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부수적인 논쟁이 수없이 뒤따른다. 사람들이 인권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인권은 거창하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사 모든 것이 인권과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을 펼치면 연일 보도되는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품귀, 주택 문제, 성 폭력, 학교 폭력, 이주민 문제, 출생률 저하와 보육 문제, 의료비와 사교육비 등등이 인권의 구체적인 면면으로, 인권은 바로 나의 문제다.
인권을 인식한다고 해서 당장 세상이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 2011년 ‘도가니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불과 두 달 만에 시행한 것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인권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까닭이다.
인권 개념의 발견에서부터 하나하나의 구체적 권리를 세우기까지
인권 발전의 역사를 통해 인권의 이론과 실재를 한눈에 살핀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소년 인권 지침서!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⑮ 인권, 인간은 어떤 권리를 가질까?》는 인권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균형 감각을 키워주는 데 탁월한 청소년 인권 교육서다. 인권 이론의 발전이 근ㆍ현대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한 까닭에 시중 인권 도서들도 서구적 인권 개념을 바탕으로 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의 홍익인간이나 인내천 사상 등을 비롯해 맹자의 역성혁명, 인도 아소카 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사례 등을 언급한다. 또한 미국, 영국 등의 서구가 오히려 인권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인권을 구실로 이익을 취하고, 서구적 가치를 강요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로써 독자는 인권과 민주주의 사상이 서구에 치우쳐 논의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의 균형을 이루고, 내가 속한 사회를 가깝게 그리고 좀 더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특별히 이 책에서는 인권이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라는 점을 짚어 준다. 인권은 필요에 따라 포기해도 되는 종류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할 책임을 가진다는 점에 더불어,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도 자신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인권에 관련된 풍부한 실례와 생생한 사진 자료를 담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인권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평생 체득해 가야 하는 것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역사의 모든 보통 사람들이 함께 만든 인권을 배우고, 그 개념과 구현의 완성 과정에 자연스레 동참해 새로운 역사의 창조에 주인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인권은 인류가 평화롭게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쇠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인권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 마음속에 인권에 대한 풍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이사장, 중부대학교 교수 고은태
우리는 우리가 사람이기에 응당 가지는 권리, 바로 인권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때부터, 비로소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이 싹틉니다. 어린 시절부터 인권 의식을 내면화하기 위해 읽을 만한 값진 책이 출간되어 기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남평중학교 다도분교 교사 장석웅
▶ 책 속에서
맹자의 왕도 정치와 역성혁명
맹자는 또한 역성혁명易姓革命 사상을 주장합니다. 아무리 왕이라도 백성의 뜻을 배반하고 인의仁義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이미 군주가 아니라 한 평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맹자는 임금과 신하 간의 도리인 의義를 넘어선 천명(天命, 하늘의 뜻)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즉 백성의 뜻을 배반한 왕은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였으므로 더 이상 왕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맹자의 역성혁명 사상은 인권과 민주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시기의 서양 사상가나 스승인 공자를 앞서고 있습니다.
-25~26쪽
전쟁범죄
인권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전쟁범죄입니다. 누구나 사람을 죽이면 처벌을 받습니다. 사형을 당하거나 오랜 기간 감옥에 갇히지요.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람을 죽인 군대나 군인에게 죄를 묻지 않습니다. 물론 전시戰時에도 살해 행위가 정당화되려면 국제법이 정한 요건을 지켜야 해요. 하지만 인권이 근본적으로 생명권 보장을 중요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되는 ‘전쟁’이라는 상황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것도 가장 극심하게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지요.
-33쪽
국제적 행동
국가는 자국의 이익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동맹국이 인권 침해를 행했을 때, 그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려 해요. 또한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지역에서 일어난 분쟁이라면, 문제에 말려드는 것을 꺼립니다. 1994년에 있었던 르완다 대학살에 국제사회가 그토록 느리게 대처한 것도, 자국의 이익에 ‘중요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의 문제였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지요.
-50쪽
도가니와 한국 인권
인권은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고 권력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마치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처럼 항상 부패와 인권 침해의 독 버섯이 자라나서 모두의 권리를 도둑질합니다. 인권이 가진 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시혜가 될 때, 그것은 언제든지 거두어질 수 있습니다.
인권은 우리 모두의 정당한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입니다. 인권은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권리 실현을 위해 깨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장될 것입니다.
-119~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