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오래되었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신화의 원전을 찾아 떠나는 3000년의 시간여행
뉴베리아너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패드라익 콜럼의 필생의 역작
신화를 풀어 쓰는 작업은 자칫 한물간 소설가의 한가한 작업이나 출간목록 없는 출판사의 심심한 기획으로 생각하기 쉽다. 서점에 가보면 실제로 그런 책들이 서가의 한 구석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한가한 작업’, ‘심심한 기획’ 같은 작업으로 뉴베리아너상을 수상한 작가가 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이나. 이제는 신화 관련 글쓰기의 전설이 된 사람, 《황금양털》을 쓴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겸 극작가, 시인이자 청소년 문학가인 패드라익 콜럼이 그 주인공이다.
《황금양털》은 흔히 ‘아르고 호의 모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 전모를 제대로 서술하고 있는 책은 그리 많이 나와 있지 않다. 초기의 짧은 이야기가 시대를 거쳐 추가되어가면서 이야기 자체에 많은 모순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에는 세상에 다시없을 걸작이지만, 전체를 다 읽고 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그동안 이 신화 이야기에 사람들이 남긴 평이기도 했다. 적어도 패드라익 콜럼이 이 작품,《황금양털》을 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르고 호의 모험”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석!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해양 모험 서사시
‘아르고 호의 모험’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다루고 있는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 정확히는 한 세대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깔끔하게 완결된 호메로스의 작품과 달리 ‘아르고 호의 모험’은 기본 이야기 속에 다른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 다른 신화에 비해 ‘아르고 호의 모험’이 홀대받았던 이유다.
하지만 패드라익 콜럼이 옮긴 《황금양털》은 앞에서 말했지만 그리 난잡하지는 않다. 콜럼은 기존의 다른 신화를 참고하고, 몇몇 부분은 작가다운 상상력을 동원해 《황금양털》을 완성했다. 큰 줄거리나 사건은 원래 이야기의 것을 그대로 따오면서도 중간 중간 삽입되는 이야기는 《신통기》,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와 조각조각 흩어진 신화 관련 책들을 참고하여 기존의 신화에 있던 오류를 최대한 수정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일랜드 민담이나 북유럽 신화를 다룬 그의 다른 작업에서도 드러나 있다. 그리고 완성도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콜럼의 작업 방식은 결국 ‘뉴베리아너상 3회 수상’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이 책을 빛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깔끔하면서도 섬세한 일러스트다. 책 속 그림을 그린 윌리 포가니 역시 엄격한 고증과 명확한 묘사를 위주로 하는 신화와 전설 일러스트의 전범으로서 이름이 높다. 일러스트의 전설과 글쓰기의 전설, 이 둘이 모여 만들어낸 《황금양털》은 그리스 신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 기존 그리스 신화가 아닌 다른 신화를 접하려는 사람에게 올 여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 추천사
“패드라익 콜럼이 빚어내는 이 놀라운 이야기는 아르고나우타이라는 그리스 서사시에 대한 완벽한 해석이자 지침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혹독한 자연과 기이한 괴물, 신들의 음모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자신이 만들어 낸 시련을 극복해 가는 위험하지만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 패드라익 콜럼의 《황금양털》은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려는 어떤 독자에게든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미드웨스트 북리뷰》
▶ 책 속에서
노예는 기다렸다. 머리 위 하늘은 푸르렀고 주변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자그마한 아이는 발치에 놓여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노예는 그 무엇보다도 기묘한 생명체가 나무 사이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몸의 반은 인간이고 나머지 반은 말의 형상을 한 켄타우로스 족의 왕 케이론이었다.
_ 10쪽
세월이 흘렀고, 펠리아스 왕에게 남아 있던 불안도 점점 엷어져 갔다. 어느 날 펠리아스 왕은 사람을 보내 자신이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는지 신탁을 받아오도록 했다. 신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에 펠리아스 왕이 두려워할 것은 오직 하나 말고는 없으니, 그 오직 하나란 바로 샌들을 한쪽만 신은 남자다.”라는 내용이었다.
_ 16쪽
어깨에 오십 개의 머리와 백 개의 팔이 달린 거인 형제가 티탄 족 신들과의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끝없는 바다가 끔찍하게 요동치고 땅이 요란하게 들썩였지요. 끝없는 하늘이 웅웅 소리를 내며 떨렸고, 높이 솟은 올림푸스 산이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거인 형제는 거대한 바위를 손에 들고 티탄 족 신들을 공격했습니다.
_ 56쪽
그 뒤 신들은 네 번째 종족을 만들었으니 우리가 속한 철의 종족이지요. 철의 종족은 황금의 종족과 같이 정의롭지 않았고 은의 종족과 같이 순진하지 않았으며 청동의 종족과 같이 체격이 좋거나 힘이 세지 않았습니다. 철의 종족은 의지로 삶을 견뎌야 하지요.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고 아주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 우리들 철의 종족의 운명이랍니다.
_ 145쪽
“내가 있는 힘껏 언니의 아이들을 구해 낼게. 언니의 아이들과 함께 온 낯선 자들도 있는 힘껏 구해 낼게. 그들, 낯선 자들의 우두머리에게 사람을 보내서 동틀 무렵 헤카테의 신전에서 내가 만나잔다고 전하라고 해.”
메데이아가 이와 같이 말하자 칼키오페는 다시 동생을 껴안았다. 칼키오페는 메데이아가 울고 있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메데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키오페,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어떤 위험을 무릅쓰게 될지 아무도 모를 거야.”
_ 169쪽
그러자 메데이아 주위에서 온통 지하 세계의 사냥개들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울부짖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메데이아의 공포 역시 커져갔다. 등을 돌려 도망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다시 두 손을 치켜들고 헤카테를 불렀다. 이번에는 늪과 강에서 떠돌아다니는 정령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 비명 소리에 메데이아는 두려움에 떨며 주저앉고 말았다.
_ 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