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문학의 세계를 찾는다
혹자는 책의 효용을 단순히 시험이나 정보를 얻기 위한 참고서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문학은 정보가 없는 책이니,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매체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고상한 글 놀이로 평가절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학은 시대와 지리적인 위치를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밀한 감정과 보편적인 고민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쓸모란 무엇인가. 카프카는 돈을 벌지 못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떤 쓸모가 있는가를 상상했다. 역사를 좌우하는 것은 뛰어난 인물인가. 톨스토이는 시대를 바꾸는 것이 무엇인지 살폈다. 뜻을 이루고자 하는 이에게 무엇이 가장 의미 있는가. 헤밍웨이가 늙은 어부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 인간의 고귀한 희생이 진정 가치 있게 여겨지는가. 위고는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죄수의 모습을 빌어 사회를 고발했다. 이처럼 문학은 평범한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보통의 이야기들이기에, 현재의 우리가 마주할 법한 질문들에 대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낸다. 때문에, 우리는 삶에 굴곡에 괴로워하다가도 문학의 세계를 찾아 답을 구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흔한 다이제스트의 친근한 변신
동경대 교수가 독자의 길잡이를 자처하다
유명한 문학선을 뽑아 줄거리와 코멘트를 다룬 다이제스트는 흔하디흔하다.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학》 또한 세계문학선을 소개한 책이니, 뻔한 다이제스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는 일본 최고의 대학 동경대 교수임에도, 보통 사람보다 책을 조금 더 꼼꼼히 읽는 번역가로 자신을 소개한다.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끊임없이 독자에게 말을 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하냐.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렇다, 당신은 이 사실을 알고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 저자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와 이야기 나누기를 원한다. 나아가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도록 길잡이를 자처한다.
어른이 되려면
지름길이 아닌 다른 길로도 둘러갈 줄 알아야 한다
일본 히에이 산에는 천 일 수행이라는 궁극의 고행이 있다. 스님들은 매일 삼십 킬로미터의 산길을 독경하며 칠백 일간 걸은 뒤, 불면不眠, 불휴不休, 불식不食, 불음不飮하며 구 일간 불당에 칩거하고, 칩거를 끝낸 다음에는 매일매일 팔십 킬로미터 이상을 걷는다. 아사리(스승이 될 만한 고승)에 따르면 수행을 끝낸 사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모두의 행복을 기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히에이 산의 고행을 소개하며, 고통스러운 수행이 아니더라도 자기 내면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수행은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독자를 격려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텔레비전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읽으며 내적 여행을 떠나 보라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금세 즐거워지거나 즉각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 읽기는 인생에 깊은 풍미와 향기를 더해 준다. 어른이 되려면 지름길이 아닌 다른 길로도 둘러갈 줄 알아야 한다.
■ 책 속에서
이 구절에는 개츠비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이 어째서 그토록 어색하고 꾸며 낸 듯한 이미지일 수밖에 없는지 기술되어 있다. 개츠비가 만들어 낸 이미지란 연극의 소품처럼 가볍고 천박하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관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리라.
헛된 이미지를 연기하는 본인이나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상 사람들이나, 얼마나 덧없는 짓을 하고 있는가. 허상을 연출하는 행위는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달리기를 가까스로 멈춘다 해도, 넘어지고 쓰러져 결국 나락으로 떨어질 결말만이 기다리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 한 젊은이의 짧은 아메리칸 드림
상고는 기각되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한 사제가 나의 죄를 덜어 주겠다며 몇 번이고 찾아왔다. 사제와 대면한 나는 사제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음과 같이 속마음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든지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몸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당신은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죽은 인간과 똑같다.
사제가 떠난 뒤 나는 평온을 되찾았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사형 집행이라는 미래의 순간까지 나는 살아 있을 것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그제야 비소로 “나 자신은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인간은 누구나 사형을 기다리는 존재
사실 《폭풍의 언덕》에는 남녀의 갈등과는 별개로 신화적인 의미가 존재한다. 린튼 가를 알기 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자연 속에서 뛰놀며 지내는데 이 시절 두 아이는 자연 속에 녹아들어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보인다. 캐서린, 히스클리프 그리고 자연이 합일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어린 시절은 에덴동산의 사과를 먹기 전 아담과 이브를 연상케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유로이 누볐던 히스 들판은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에게 있어 타락하기 이전의 낙원인 셈이다.
린튼 가에서 ‘사회’를 알게 된 뒤, 캐서린은 상류 생활에 강렬한 동경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린튼 가의 보살핌 속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고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대신 낙원을 상실한다. 그렇기에 훗날 히스클리프를 향한 캐서린의 마음은 터무니없으며, 집착 또한 이상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캐서린의 감정이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상식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낙원 회복에 대한 소망이 드러나는 것이다.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 합일에의 희구
《모비 딕》은 그저 피 튀기는 모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스타벅이 “축생을 상대로 하는 복수라! 그 녀석은 사리분별 못하는 본능에 사로잡혀 당신을 공격한 겁니다. 미쳐서 한 짓이에요. 그런 축생에게 원한을 품다니. 선장님, 그러면 벌 받습니다.”라고 충고하자 에이허브가 이렇게 대답한다.
“잘 들어.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종이로 만든 가면이야. 죄수는 벽을 뚫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나에겐 모비 딕이 벽인 거지. 벽이 내게 다가오고 있단 말이야. 물론 가끔 저 너머에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 하지만 그게 어때서. 저 녀석이 나를 향해 덮쳐 오고 있다고. 끝을 알 수 없는 악으로 똘똘 뭉쳐서 아주 사납고 거칠게 말이지.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을 나는 견딜 수 없이 증오해. 그래서 저 흰 고래가 신의 사자든 진짜든, 나는 이 증오를 저 녀석과 대적해 풀려고 하는 거야.”
-모비 딕 허먼 멜빌 : 무모한 승부를 향한 갈망
그러나 잠자의 변신을 웃을 수만은 없다. 벌레가 된 아들을 보고 아버지가 슬퍼하는 이유는 일가를 책임질 가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살뜰히 보살펴 주던 기특한 여동생도 결국에는 오빠를 다루기 곤란해지자, 냉정하게 돌아서 ‘처분’하자고 말한다.
이런 가족 풍경은 현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프카의 체면을 헤아려, 가족이라는 집단의 자의성을 지적해도 좋다. 그러나 《변신》은 가족의 유대감에 대한 불안을 그린 리얼리즘 그 자체이기도 하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 현대인의 쓸모
피비는 금세 내가 퇴학당한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피비에게 “오빠는 이 세상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잖아. 오빠가 좋아하는 게 있긴 있어?”라는 말을 듣고 더 침울해졌다. 그때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몰래 빠져나와 예전에 다니던 학교의 앤톨리니 선생님을 찾아갔다.
앤톨리니 선생님은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선생님은 밤이 깊었는데도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위스키를 마시며, 마치 부모라도 된 듯 “미성숙한 인간은 어떤 대의명분을 위해 숭고하게 죽으려고 하는 반면, 성숙한 인간은 어떤 대의명분을 위해 겸허하게 살기를 원한다.”라고 따뜻하
게 이야기해 주었다. 돈도 갈 곳도 없는 나는 선생님네 집 거실 소파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한밤중, 퍼뜩 잠에서 깼는데 선생님이 묘한 분위기로 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도망쳤다.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
만약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면, 인간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이 우선이고 본질은 나중에 인간 스스로가 상상하여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은 이러이러한 존재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존재라고 결정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 된다. 나아가 실존에
대한 물음은 인간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물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토 장 폴 사르트르 : 모든 것은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존재한다
나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들이 찾아와 집 안 구석구석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며칠이 흐르고, 다시 찾아온 경찰들은 마지막 조사라며 온 집 안을 샅샅이 살피더니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서도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하자, 나는 이대로 무사히 넘어가는구나 싶어 의기양양하게 지팡이로 벽을 툭 쳤다.
바로 그때, 벽 속에서 아기 울음소리 같은 비명이 들려 왔다. 깜짝 놀란 경찰들은 잠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곧장 벽을 허물었다. 허물어진 벽 안에는 부패하기 시작한 아내의 시체와 그녀의 머리 위에 앉은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이 괴물을 시체와 함께 벽 속에 넣고 회반죽을 발라 버렸던 것이다.
-검은 고양이?어셔 가의 몰락 에드거 앨런 포 : 공포심을 위한 치열한 연구
전통적인 소설은 보통 리얼리즘의 형태를 띄고 있다. 리얼리즘이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사건을 묘사해 가는 서술법인데, 눈으로 보지 못한 일은 묘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리얼리즘을 배제한 채 상상 속 세계를 이야기로 꾸려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거짓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딜레마 끝에 마르케스가 찾아낸 것이 바로 ‘마술적 리얼리즘’이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찾아낸 뒤 외쳤다. “드디어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다. 나는 할머니가 그러했듯 태연한 얼굴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마르케스는 극단적인 데포르메(변형이라는 뜻으로, 사실 묘사에서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왜곡하여 변형시키는 미술 기법)를 소설의 기본으로 삼아, 현실적인 사건을 묘사하면서도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태연하게 섞어 놓는다.
-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모든 것은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존재한다
말년이 되자 톨스토이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그를 일종의 성인으로 떠받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야스나야 폴랴나로 몰려왔다. 톨스토이는 국가와 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수록 억압받는 일이 많아졌다. 1901년에는 억압이 극에 달해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문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톨스토이는 인세나 토지 대금 수령을 거절하려고도 했는데, 이러한 이상주의는 현실과의 마찰을 낳고 말년의 가정생활을 힘겹고 불미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는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와 나란히 세계 3대 악처라 불리지만, 9남 3녀의 대가족을 꾸려 나갔을 그녀의 처지를 감안하면 소피야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전쟁과 평화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역사는 영웅이 만들지 않는다
로렌스를 로렌스답게 만드는 것은, 본래 언어화되지 않은 육체의 상태와 감각을 어떻게든 언어로 그려 내려한다는 점에 있다. 앞서 소개한 대목이 그 좋은 예라고도 할 수 있다.
고도의 문명사회 속에서 인간은 자극에 반응하며 여러 생각을 의식의 표면에 떠올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인 이상, 의식과는 별개로 육체에 커다란 감정의 물결을 담은 채 독자적인 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로렌스는 인간이 가지는 육체적 생의 흐름을 민감하게 느끼고, 이를 독자적인 문체로 표현해 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 육체의 감각을 언어화하다
빌보와 일행은 첫 시련에서 세 명의 트롤에게 붙잡힌다. 트롤들이 빌보를 쥐고 구워 먹을지 삶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빌보는 살려 달라며 다음과 같이 애걸한다. “상냥하신 여러분, 부디 저를 요리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사실 요리가 특기인데,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팔뚝 살보다는 제 팔의 솜씨가 더 좋답니다.”
빌보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에서 ‘아재 개그’를 해 대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뜬금없는 대사는 초보 모험가인 ‘아저씨’ 말고는 생각할 수 없지 않을까.
-호빗 존 로널드 로웰 톨킨 : 평범한 영웅의 특별한 도전
한편, 소설의 페이지 수나 장의 배분 자체가 한스 카스토르프의 주관적인 시간 감각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 또한 상당히 재미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의 산》은 한스가 요양원에서 보낸 칠 년간의 이야기인데, 칠 년 중에서 요양원에 막 들어간 삼 주간의 경험이 글 가운데 사분의 삼을 차지하고 있다. 삼 주가 지난 뒤에는 비슷한 경험이더라도 더 짧고 간략하게 서술되는데, 이 경향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가속화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일을 경험할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지만 익숙해져 감에 따라 시간이 점점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상 속 경험이 이야기로 재현된 것이다.
-마의 산 토마스 만 : 인간이 성장 끝에 찾은 것
영감, 자네가 물고기를 죽인 건 그저 살기 위해서도 아니고 식재료로 팔기 위해서만도 아니야. 자네는 긍지를 가지고 녀석을 잡은 거야. 자네는 물고기가 살아 있었을 때, 아니 죽고 나서도 물고기를 사랑했어. 만약 자네가 녀석을 사랑한다면 죽였다 한들 죄가 되진 않아. 아니, 오히려 더 무거운 죄가 될까?
노인은 자문자답하며 변명만 되풀이한다. 죽임당하는 생명에 대한 가엾음, 훌륭한 적을 높이 평가하는 마음, 강한 상대와 싸우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 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종교적인 감정 등 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인간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한 생각들이 잡다하게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노인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목소리를 묻히게 하려는 듯이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녀석을 죽인 거야.”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표지를 향한 끝없는 도전
19세기 초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부와 특권을 갖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결코 따뜻한 사회가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에는 한계가 있었고 임금의 수준도 낮았다. 보험이나 연금도 없었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상해를 입거나 노령이 되어 일할 수 없게 되면 생활은 더욱 비참해졌다.
당시의 물질적인 가난은 오늘날과 같이 물질로 넘쳐나는 시대와 비교해 본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물질은 아주 귀하게 여겨졌기에, 물건을 훔친 죄는 무거웠으며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보기엔 도저히 중한 죄라고 생각되지 않을 범죄로도 교수형에 처해졌다. 양을 훔쳐도, 런던브리지에 피해를 입혀도 사형이었다. 당시 이야기를 살피다 보면 물질에 비해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가벼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 약자를 향한 다정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