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를 꿈꾸면 안 되는 줄 알았던 삶
내게 재능이 있는지도 몰랐던 삶
내 꿈이 내 것이어도 된다는 걸 깨달은 뒤
소수 민족이라는 족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향한 조용한 질주를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닮은꼴의 역사
개인의 꿈과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수 민족의 삶
중국 북서쪽 끝에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가 있다. 소수 민족 위구르족의 터전이다. 중국을 여행하다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들르면 모두 한번쯤은 놀란다. 중국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먼저 위구르족은 생김새부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국인(한족)과 사뭇 다르다. 중앙아시아 사람과 비슷하고, 종교 또한 이슬람이어서 이슬람식 건축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중국에 병합된 소수 민족으로 소개되지만, 위구르족은 고대 실크로드를 기점으로 왕국을 세워 수준 높은 문화를 형성했던 민족이다.
위구르족은 지금까지도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중국은 좀체 놔주려 하지 않는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는 석탄과 석유, 가스 매장량이 엄청난 데다, 8개국과 이웃한 군사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이 지역에 한족을 대량으로 이주시키고, 민족 동화 정책을 명목으로 위구르족의 언어와 문화를 퇴색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주민상호감시제’까지 도입하여, 위구르족이 중국 공안 당국에 반발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위구르 청소년들은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아름다운 민족의 언어를 쓸 수 없고, 일상에서 중국의 통제를 받는 삶, 강력한 이주 정책으로 한족에게 땅을 뺏긴 상황에서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일일까?
《어떤 여자가 왔었다》의 작가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를 여행하다가 자신에게 복숭아를 건네는 위구르 소녀를 만났다. 소녀의 집을 방문해 전통 공예가인 할아버지를 만난 뒤 위구르 문화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위구르 소녀가 빼앗긴 꿈과 자유에 안타까워했다. 작가가 본 위구르 소녀의 모습은 어쩌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수많은 우리나라 청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과거 우리가 겪은 역사가 세계 어디에선가 현재진행형으로 되풀이되고 있고,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소망은 우리와 닮은 역사 속에서 우리와 꼭 닮은 모습으로 우리의 시선을 끈다. 작가는 자신이 방문한 위구르 소녀의 집이 한족 소유가 되지 않았기를, 누구든 자신의 꿈을 당연하게 자연스레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어떤 여자가 왔었다》를 썼다.
나도 몰랐던 재능을 알아보고 미래를 꿈꾸게 해 준 어떤 여자!
무지에서 눈뜨고 억압 속에서 질주하게 만드는 꿈의 힘!
열네 살 위구르 소녀 메리걸은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순응하고, 밖에서는 중국 당국의 억압에 숨죽이며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메리걸은 어릴 때부터 바구니 짜는 법을 어깨너머로 할아버지께 배워, 혼자 심심풀이로 바구니를 만들어 본다. 혼자 설 수도 없고, 뭘 많이 담을 수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뿔 모양의 바구니. 어느 날 메리걸은 시장에서 그 바구니가 마음에 든다며 비싼 값에 사 가는 외국인 관광객 부인을 만난다. 게다가 3주 뒤에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바구니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일상생활에서 쓰임새 좋은 바구니만 짜는 할아버지는 메리걸이 타고난 예술적 기질을 인정하고, 메리걸이 집안일에서 벗어나 바구니를 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집애로 태어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의 집으로 옮겨 가 똑같이 허드렛일을 해야 할 미래가 싫었던 메리걸. 자기도 몰랐던 재능과 열정에 눈뜬 순간, 메리걸은 가족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이겨 내고 자신의 미래를 손수 설계해 간다. 단 한 명의 인정과 지지만으로 인간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꿈이 생겼을 때 얼마나 큰 용기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추천의 글
중국의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의 역사와 관습, 자연환경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담아, 독특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탄탄히 밑받침해 준다. 넓은 시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매력 넘치는 작품이다.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멀고도 가까운 민족의 이야기를 인상 깊게 그렸다. 역경을 딛고 재능을 펼치며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답게 담겼다. _커커스 리뷰
▶ 책 속으로
메리걸은 그런 말로 행복해하는 친구 기분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남편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다른 집으로 옮겨 가 또다시 집안일에 묻혀 사는 삶은 죽어도 싫었다. 메리걸은 고개를 돌렸다. 삶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을 테니까. _본문 56p
메리걸은 감히 꿈꿔 보았다. 미국 부인이 바구니를 보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면 품지 못했을 꿈이었다. 카젠 부인이 다시 돌아오든 안 오든, 잠시 집을 떠나야 하든 어떻든, 메리걸은 계속해서 바구니를, 자기만의 특별한 바구니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시골 아낙에게 화려한 바구니 따위는 쓸모없었다. 그래도 메리걸은 당나귀 수레를 타고 다니는 현실을 너머, 새로운 세계에 들어설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_본문 77p
하진자가 계속 영어로 떠벌렸다. 메리걸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어도 열등감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아, 맞다. 내가 약속한 거 있잖아, 기억나?”
패티가 중간에 끼어들어 만다린 어로 물었다.
하진자랑은 위구르 어로 말하지 않는 걸까? 위구르 어는 가난한 농부나 쓰는 언어일까? 메리걸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_ 본문 117p
메리걸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바구니는 세련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왜지?”
자신에게 물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메리걸은 메메트가 있을 때 만들었던 원뿔형 바구니를 떠올려 보았다. 마음의 눈으로 그 바구니를 또렷이 보자, 메리걸의 얼굴에 긴장이 풀리면서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이제 메리걸은 깨달았다. 그때 메리걸은 메메트 오빠를 위해 행복을 엮어 바구니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메리걸은 앞에 놓인 원뿔형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이 바구니를 엮은 것은 분노였다.
메리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구니를 발로 짓뭉갰다. _본문 163p
그러다 문득 알았다. 아버지는 화내는 게 아니었다. 두려웠던 것이다. 메리걸이 해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러면 모든 걸 잃을 테니까. 아버지는 메메트가 떠났을 때 모든 희망을 포기했다. 그러고는 다시 희망을 품기를, 가족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온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메리걸은 자신이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아버지가 맞서 싸워 줄지 모른다는 믿음이 생겼다. 게다가 압둘까지 도와준다면 가능할지 몰랐다. _본문 266~2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