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세금
10% vs 10%
어느 쪽이 우리에게 유리할까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독일에서 인류는 자본주의 시대 이후 최초로 본격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을 경험합니다. 1,320억이라는 막대한 전후 보상비를 지불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무분별하게 마르크 화를 발행하였고, 나중에는 1조, 100조 마르크짜리 고액권까지 발행해야 했지요. 1923년에만도 1년간 독일의 물가는 10억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는 인류 역사에 남을 수준의 어마어마한 물가 상승이었지요. 이런 극단적인 물가 상승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평생 쓸 돈을 은행에 넣어두었는데 나중에는 우표 한 장 밖에 살 수 없게 되는 경우마저 일어났지요.
인플레이션은 이처럼 우리가 평생 동안 쌓아온 저축을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정부는 이러한 위험천만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정책을 의도적으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를 ‘양적 완화’ 정책이라고 부른답니다.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일본, 2008년 경제 위기를 겪은 미국은 시장에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양적 완화’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서라도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의장 벤 버냉키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겠다’라는 과감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시장에 공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정말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48 인플레이션, 양적완화가 우리를 살릴까?》는 양적 완화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다룬 청소년 교양서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양적 완화 정책이 왜 전 세계적인 대세가 되었는지, 이러한 양적 완화 정책이 사실 우리에게는 세금을 거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인플레이션 텍스(Inflation Tax)’ 현상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세금 10퍼센트를 더 거둔다는 말에는 거부감을 느끼기 쉽지만, 인플레이션 10퍼센트가 오른다는 말에는 별 감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금 10퍼센트 증액과 물가 10퍼센트 인상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 서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인플레이션 텍스’ 현상을 그림과 더불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특히 ‘뉴 노말(New Normal)’이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저성장 시대에 과거와 같은 양적 완화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하고, 미래 사회에 경제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디 더 많은 청소년?아동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국가의 경제 정책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를 바랍니다.
▶ 책 속에서
그렇다면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은 모두에게 불리하기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지요. 상품과 물건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는데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 17쪽, 인플레이션이란?
위 사진이 짐바브웨 지폐입니다. 지폐의 단위를 한번 살펴보세요. 읽기에도 어려울 만큼 ‘0’이 많습니다. 정확히는 10조 짐바브웨 달러이지요. 하지만 이 지폐로 살 수 있는 물건은 고작 달걀 세 개였다고 합니다. 당시 짐바브웨의 물가 상승률은 연간 4억 퍼센트였습니다.
-27쪽, 인플레이션의 역사
돈이 너무 많이 넘쳐나면 돈의 가치가 하락해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과열되는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돈이 많이 부족하면 돈의 가치가 상승해서 경기가 위축되고 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 국가의 돈의 가치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맡은 중요한 업무 중 하나죠.
-43쪽 돈의 발행자-중앙은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부담을 안아서, 2010년 미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총 2조 4,500억 달러인데 비해 미국 정부가 쓴 돈은 총 3조 5,4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해에만 약 1조 달러의 적자를 본 셈이지요.……최근 미국의 국가 채무는 17조 달러로 역사상 가장 큰 빚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64쪽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똑같은 만 원짜리 지폐인데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가 살 수 있는 상품의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즉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상품의 가치는 반대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것을 ‘물가가 상승했다’라고 말합니다.
-81쪽 인플레이션 세금
오늘날 국가의 경제 성장은 예전처럼 개인의 경제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 방식을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것인지 국가 전체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95쪽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