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는, 암울한 미래의 이야기를 자연과 전통이 지닌 힘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모험으로 바꾸어 버린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Book World》
★ 이 작가의 첫 작품은 모든 요소가 잘 어울러 담겼다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좋다. 동시에,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고 중독성 있다.
《투룬 사노마트Turun Sanomat ? Finland Newspaper》
어슐라 르 귄의 뒤를 잇는 핀란드 신예 작가의 놀라운 사변 소설
사람을 피해 숨은 물
그 아래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
.
기후 변화는 세상의 모습과 함께 정치 제도도 바꾸어놓았다. 계속되는 전쟁은 물이라는 자원을 희소한 물품으로 만들었고, 군부는 이를 사람의 효과적인 통제 수단으로 삼아버렸다. 물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일상과 삶의 소소한 기쁨 혹은 슬픔, 문화라는 이름의 각종 행사들, 사회적인 생명과 실제 그 자체인 개인의 생명까지도. 그리고 역설적으로 물을 수단 삼아 통치하는 군부의 권력까지도. 그러나 그 권력은 물이 풍부해지는 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권력이며, 그만큼 난폭한 권력이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쪽의 작은 마을에 ‘노리아 카이티오’가 산다. 아버지의 뒤를 잇는 티 마스터를 꿈꾸며 사는 소녀는, 물에 관한 무거운 비밀을 안게 된다. 물을 통제하는 군부와 억눌린 이웃들의 비극이 사방에서 죄어 오며 소녀가 지닌 비밀을 파헤치려 드는데…….
소녀는 비밀을 안고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진실을 눈감는 편안한 삶과 마주하고 나아갈 삶. 내가 선택해야 할 삶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이 물 그 자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불러올 수 있을까? 그 미래는 어떤 이름으로 남아야 할까?
사람들은 세상에 상처를 입혔고, 급기야 세상을 잃고 말았다
최근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가뭄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가뭄으로 급수 계획에 어려움을 겪다가 호수의 물까지도 부족해 특정 시간에만 수돗물을 공급하는 제한급수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다른 유럽 지역과 미국에서도 충분한 물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농산물 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가는 자연을 지키기보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망가뜨리고 있다.
미래를 말하면서도 마치 우리의 오래된 기억 속에 있는 듯한 《물의 기억》은 평범한 SF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은 우리의 눈앞에 닥친 자연의 고갈, 그를 통제의 무기로 삼는 정부를 미리 엿보여주며 미래로부터 온 경고를 전한다.
그 어느 때보다 물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런 환경이 몇 백 년, 혹은 불과 몇 년 전의 과거로부터 만들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찾으려 한다. 사람들은 흔히 ‘과거’로부터 배운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과거’에는 없었다. 오직 우리가 맞이할 ‘미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 ‘미래’는 써내려간 역사서가 아닌 써내려갈 이야기 속에 있다.
이 소설은 그 미래를 살아가는 열일곱의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지금 남겨가는 삶이, 한 소녀의 삶을 얼마나 커다란 선택에 놓이게끔 하는지를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놓인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 사람들을 생각하듯이, 우리를 생각할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남겨놓아야 할지 아름다운 고민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 책 속에서
사람들이 어느 편이든 선택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누구는 권력을 잡고 누구는 두려움에 떨며 사는 일 없이, 모든 사람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 세상 말이다. 티 마스터가 항상 꿈꾸며 만들고 지켜 온 세상은 바로 그런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실제로 존재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본문 275쪽
물과 죽음은 친하다. 둘은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우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다재다능한 물과, 가까이 있는 죽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은 우리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물의 것이다. 물이 우리의 손가락, 모공, 몸을 빠져나갈 때, 무엇도 우리를 땅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
-본문 317쪽
나는 정원 너머를 볼 수 없다. 도시가 붕괴됐는지, 요즘은 누가 이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지 나는 모른다. 물과 하늘이 만인의 것이자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물을 가두려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든 어떤 사슬로도 그것들을 묶어 둘 수 없을 것이다.
-본문 3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