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다들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할까?
아파트란 한국사회에 대체 어떤 의미일까?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파트와 공동주택의 역사. 그리고 주택을 둘러싼 인류의 경제와 사회, 문화의 맥을 짚는다!
이 책을 출간한 주된 이유는 아파트라고 하는 ‘표준적인’ 주거 양식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기 위해서입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전국 땅값이 평균 2.05% 올랐습니다. 지난 10년간 최대입니다. 더욱이 서울의 아파트 값은 무려 8.6%가 상승했습니다. 서울 내의 자치구 중에서는 13% 이상 오른 곳도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땅값 걱정에, 집값 걱정을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나날이 치솟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파트가 주거 공간이라기보다는 그저 투자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한 사람이 수십 채나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아파트를 둘러싼 사회적인 시선을 두고,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부의 기준, 삶의 표준적인 양식, 내 집 마련의 꿈과 같은 다양한 욕망의 대상이 되고, 그 욕망을 둘러싸고 여러 이익 관계자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집’이긴 하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도리어 아파트를 인간미 없는 회색 상자라고 표현하면서,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거니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내가 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을 꼽으라고 하면 아파트와 전혀 다른 주거 양식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선호는 정말로, 그냥 자본의 논리와 대기업 중심의 시장구조가 만들어낸 허상이고, 허위의식일 뿐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아파트와 유사한 공동주택의 아이디어는 근대에 들어오기 전,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 역사에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 프랑스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나아가 값싸게 살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근대적 아파트의 효시가 된 새로운 주거 양식을 제안했습니다. 아파트라고 하는 집의 양식이 처음부터 자본 중심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거니와, 투자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 필요한 주거 양식을 찾아 탐구해온 결과인 것입니다.
어떻게 아파트는 지금과 같은 욕망의 대상이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이 책에서는 아파트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로마에 존재했던 아파트의 원형에서부터 현대 한국의 아파트 단지까지를 살펴봅니다. 아파트는 단순히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닙니다. 아파트가 건설되는 과정을 둘러싼 사회?문화의 함의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서 아파트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돌아본다는 것은 곧 지금의 우리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혹은 알맞은 주거 양식이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저 지금의 우리가 보는 아파트의 모습을 진단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나아가, 우리에게 있어서 최선의 주거 양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게 이 책이 대단한 이유입니다.
▶?책 속에서
맨 처음 아파트가 언제 어디에서 생겨나 나라마다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아보는 일은 단순히 공동주택의 역사를 알게 되는 데만 그치지 않아요. 요즈음과 같은 형태의 아파트로 진화하기까지 세계 공동 주택 역사는 물론이고 더불어 그동안 인류가 건설해 온 갖가지 주거 양식에 대해서 엿보는 기회도 될 거예요.
- 8쪽,?들어가며
아파트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도심에 빼곡히 들어찬 높다란 아파트. 단지를 이루고 있는 아파트의 내부로 들어가면 현대적이고 깔끔한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지요. 얼핏 생각해보면 아파트는 현대적 주거 양식의 대표주자인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더듬어 보기도 어려운 먼 과거에도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파트의 기원, 함께 알아볼까요?
- 11쪽,?맨 처음 아파트는 어디서 탄생했을까요?
프랑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번 돈을 투자할 대상으로 꼭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들은 디자인처럼 형체가 없는 가치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세워진 ‘파리 개조 사업’ 계획이 부르주아들의 관심과 딱 맞아 떨어져요. 파리 개조 사업은 복잡하고 낡은 도시를 질서정연하게 바로잡아 도시 풍경을 훌륭하게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거든요. 그래서 건물 한 채를 짓더라도 도시 전체 풍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했어요. 덕분에 파리 시내는 보기 좋은 경관을 가진 도시로 거듭나게 됩니다.
- 37쪽,?근대적 아파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르 코르뷔지에는 땅을 혼자 소유하는 단독주택 대신에 ‘아파트를 높이 지어 땅 위의 모든 공간을 자연 녹지로 만들고 공동의 소유가 되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내요. ‘녹지 위의 고층 주거’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지요. 이 생각은 그 시절로서는 굉장히 놀라운 것이었어요. 이런 그의 생각은 두 번의 큰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집을 공급해 주어야 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게 아파트가 주택의 한 형태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 55쪽,?현대적 아파트를 고안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도심에 인구가 과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도 시 외곽에 건설하려면 도심과 주거지역을 이어주는 교통망이 마련되어 있어 야 해요. 도로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자가용 운전자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면 극심한 도로 정체 현상이 생기죠. 일본은 도심과 교외를 꼼꼼하게 연결해 주는 철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요. 그래서 도시 밖 주거지역에 살면서도 직장과 집을 오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답니다.
- 75쪽,?세계 여러 나라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ㄲㆍ요?
현재 아파트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이 진짜 살고 싶어 하는 집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지요. 같은 아파트, 같은 구조를 가진 공간에 살고 있는 100명의 사람들이 그려 낸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림 속에는 놀랍게도 같은 모양 집 그림이 한 장도 없었답니다. 심지어 한 집에 같이 사는 식구끼리도 전혀 다른 모양 집 을 그려 냈어요. 한 가족이 같은 공간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공간을 간절히 원하며 살고 있었던 거예요.
- 113쪽,?이다음에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