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서 주어지는 공주라는 굴레를 넘어서”
혹시 부모님들이 어린 딸을 ‘공주’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들은 적이 있나요? ‘공주’라고 하는 프레임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자아이를 향해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수사이자, 강력한 힘을 가진 굴레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공주를 좋아해요. 그런데 많은 문학과 영상 매체 등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공주의 모습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가요?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하고, 요즘은 조금 더 다양해지는 추세가 있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모습은 수십 년 전부터 굉장히 천편일률적이에요. 아름다운 금발에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우아한 몸짓으로 왕자님과 춤을 추지요. 마치 ‘이것이 올바른 공주의 표준 모델이다’하고 제시해주는 듯합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젊고 예쁜 공주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에서, 공주들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왕자와 맺어지죠. 그런데 어라, 공주는 반드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하는 걸까요? 공주에게는 왕자가 필요하고,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요?
이 책은 그런 식으로 타인과 미디어로부터 주어지는 ‘공주’의 이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공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모든 여성, 모든 사람이 공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장애가 있는 사람, 주근깨가 있는 사람,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미혼일 수도 있고, 왕자와 사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 모든 삶이 각자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공주’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모든 삶, 모든 사람이 고유한 ‘공주’라고 이 책은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공주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공주가 될지, 되지 않을 지는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 정하는 것이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사실은 언제든지 전복될 수 있는 가변적인 이미지일 뿐이라는 점을 다양한 삶을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서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책은 그저 여자아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고, 그 모든 것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어려서부터 그 점을 자연스레 익히기란 쉽지 않지요.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미디어의 경향성도 있거니와, ‘일반적’인 삶의 양식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이 책은 우리가 얼마든지 남들과 다를 수 있고, 그 모든 것이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남이 제시해주는 이미지를 따라서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런 삶의 표준적인 모델은 편리할 뿐이지, 결코 절대적인 것도, 올바른 것도 아니에요.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세상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자신 또한 얼마든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공주라고 하는 것은 표준화된 이미지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주가 나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공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누구나가 말이죠. 모든 것은 우리가 선택하기 나름이에요.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