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멈춰도 괜찮아, 올드카가 고장 나도 문제없어
누구나 예술가로 변하는 쿠바 아바나에서는 다 잘될 거니까!
《아바나에서 태양을 보다》가 특별한 이유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낯선 문화에 다가설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에요. 조금은 기분 나쁜 상상을 함께 떠올려 볼까요? 온몸이 익어 버릴 것 같은 무더운 여름날, 집으로 향하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요. 고장 났나 봐요. 버스에서 내려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길 위를 걸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찐득하게 젖어요.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허겁지겁 아파트로 들어왔는데 엘리베이터 문에 대뜸 알림이 붙어 있네요. “고장.”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한걸요. 이렇게 열 받고 짜증 나는 날엔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아바나에서 태양을 보다》 속 쿠바 친구들이 답을 알려줄 거예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도 곤란한 일은 자주 일어나요. 음식을 나눠 주는 배급소 앞에는 항상 줄이 길어 꼬리가 안 보일 지경이고요, 도시 전체의 전력이 부족한 터라 잊을 만하면 정전이 나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요. 반세기 전에 만들어져 여태 도로를 누비는 올드카들은 툭하면 고장 나지요. 이럴 때 아바나 친구들은 어떻게 할까요? ‘되면’ 된대요!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이웃과 수다 떨면 ‘되고’,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되고’, 자동차는 내 손으로 뚝딱 고치면 ‘된다’라고요. 뭔가 잘 안 풀리는 날에도 아바나에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바나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웃고 있을 테니까요.
뜨거운 태양과 톡 쏘는 모히토, 거리에 흐르는 관타나메라
아바나 친구들의 흥 넘치는 일상을 현지어로 만나 보아요!
《아바나에서 태양을 보다》는 실제로 쿠바 아바나에 사는 우리 또래 어린이의 시선에서 쓰였어요.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하고, 공터에서 친구들과 야구 하며 뛰놀고, 이다음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될지 동생이랑 꿈꿔 보는 아바나 친구들의 일상은 우리와 참 닮았어요. 물론 생소하고 낯선 면도 있어요. 골목마다 즉석 연주되는 관타나메라 민요에 맞춰 몸을 흔들다가 전통 음료 모히토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요, 주말에는 관광객이 몰리는 말레콘 방파제에서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의 사진을 팔면서 돈을 벌기도 하지요. 책에서는 우리와 같고도 다른 아바나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거예요. 기존의 판단과 선입견을 몰아내고 아바나 친구들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어떨지 순수하게 들여다본답니다.
《아바나에서 태양을 보다》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독자들이 한 권의 책으로도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스페인어와 한글을 함께 썼어요. 아바나에서 나고 자란 리엔 에스피노사 벨트란 선생님께서 직접 한글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주셨어요. 아바나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리엔 선생님은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접하며 한국 문화에 푹 빠져들다 못해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계신답니다.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비교하며 호기심을 느끼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