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사람에게 “댕댕이 커여워” 라고
문자를 보낼 수 있다면 뭐라고 답장이 올까요?
“어여쁜 ?셩” 이라며 안타까워할까요?
“이런들 엇더?며 저런들 엇더?료” 라고 하면서 웃어넘길까요?
아마 요즘 우리가 쓰는 현대어라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을 거예요.
가만, 그런데 ‘댕댕이 커여워’도 옛한글로 쓴 문장처럼 보이지는 않나요?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반포된 지 어느덧 6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 한글은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먼저 겉모습부터 살펴볼까요? 벌써 이름부터 ‘훈민정음’에서 ‘한글’로 바뀌었지요. 옛한글로 쓰인 글은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가 참 어려워요. 맞춤법이 정비되고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바뀌면서 지금 우리가 읽고 쓰는 한글의 모습이 되었지요.
한글을 위협한 사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훈민정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많은 사대부는 우리 글자를 가지고 쓰는 일을 꺼렸어요. 일제 강점기에는 한글을 영영 잃어버릴 뻔하기도 했지요. 불과 몇십 년 전에는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쓰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한글을 쓸 때 한자를 나란히 쓰자는 주장은 지금까지도 종종 나오고 있지요. 최근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줄임말과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와 한글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어요.
이 책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이야기들은 역사적인 사건들뿐일까요?
조선 시대에 살았던 여성이
한글로 펴낸 요리책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요?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천자문보다 먼저 배운 게 한글이었다는 사실은요?
수많은 굴곡과 부침을 거쳐 온 만큼 한글에는 흥미롭고 가슴 뛰는 사연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 키보드는 왼쪽에 자음 한 벌, 오른쪽에 모음 한 벌이 놓여 두벌식 자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글을 더 쉽게 쓰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세벌식 자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이제는 낱말의 뜻을 찾기 위해 두꺼운 국어사전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한글 역사의 숨은 이야기들도 담겨 있습니다. 한글이 어떻게 시작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게 되었는지, 한글이 가진 특징과 아름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는 일은 참 중요해요. 나아가 이 책에 곳곳에 담긴 유익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통해 한글을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끝으로 한글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한글을 사용해야 할지, 한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책 속에서
중국 사람들은 휴대폰에 어떻게 글자를 입력할까요? 예를 들어 ?校(학교)라는 글자를 휴대폰에 써 볼까요? 이 글자의 병음(중국어의 알파벳 발음 기호)은 xuexiao이니 먼저 x를 누릅니다. 그러면 발음이 x로 시작하는 한자가 여럿 뜨지요.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한자를 찾아서 고릅니다. 우리 한글을 입력할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번거로워 보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그래서 우리가 아직도 한자를 쓰고 있다면 어땠을까요?
- 6쪽, 들어가며
음소 문자로서 한글이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자음과 모음을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한글’이라는 글자를 쓸 때 ‘ㅎㅏㄴㄱㅡㄹ’과 같이 자음과 모음을 따로따로 쓰지 않고, ‘한글’과 같이 한데 모아서 씁니다. 대부분의 음소 문자들은 영어처럼 풀어쓰기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훈민정음이 처음 창제될 때부터 모아쓰기를 해 왔습니다. 한글이 가진 재미난 특징이라 할 수 있지요.
- 19쪽, 한글은 어떤 글자일까?
세종은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매우 과학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자음의 경우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혀뿌리 근처에서 나는 어금닛소리(ㄱ), 혀가 잇몸에 닿을 때 나는 혓소리(ㄴ), 입술을 붙였다가 뗄 때 나는 입술소리(ㅁ), 혀가 이에 닿거나 스칠 때 나는 잇소리(ㅅ), 목구멍에서 나오는 목구멍소리(ㅇ)들을 생각해 낸 것이지요. 글자의 모양 자체가, 그 소리가 나는 발음 기관을 닮아 있지요.
- 32쪽, 훈민정음, 한글의 시작
왕실 여성뿐만 아니라 양반집 여성들도 언문으로 책을 썼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초의 한글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입니다. 책 제목이 ‘음식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인 이 책은 17세기에 지금의 경상북도 안동과 영덕 지역에서 살았던 장계향이라는 여성이 썼습니다. 딸과 며느리에게 요리법을 전해 주기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여성과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서 장계향은 국수, 만두, 떡 등 146가지의 음식 요리법을 순 한글로 자세히 썼습니다.
- 48쪽, 백성 속으로 들어간 한글
일제의 횡포가 거세질수록 우리글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이제 우리글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일이 되었습니다. 학자들은 조선어 강습소를 만드는가 하면, 아예 책과 도시락을 보퉁이에 싸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어찌나 부지런히 한글 강습을 다녔던지, 국어학자 주시경은 ‘주 보퉁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 65쪽, 한글이 목숨! 우리글을 지켜라
한글은 디지털과 무척 잘 어울리는 글자입니다. 컴퓨터가 널리 쓰이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글은 음소 문자여서 디지털화하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자모를 자판에서 치기만 하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바로 입력이 되지요. 앞서 한자를 입력할 때에는 발음 기호를 순서대로 입력하며 해당 글자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한자 입력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한글이 얼마나 입력하기 수월한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 83쪽, 디지털 시대, 한글의 무한 변신
괄도네넴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놀이를 활용해서 제품 이름을 독특하게 지은 사례지요. 이 이름이 화제가 되면서 제품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에서 글자를 입력할 일이 많아지면서 이런 신조어들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105쪽, 한글을 둘러싼 논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