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는 가면을 뒤집어쓴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
VS
인간은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다잉(Well-dying) 열풍이 불고 있다. 웰다잉 열풍도 실은 안락사 논쟁에서 촉발된 것이다. 안락사 찬성론자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에 시달리기보다는 품위 있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안락사가 사람을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할까?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안락사 과정에서 숨이 곧바로 끊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서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생에 대한 의지가 강한 장애인들에게 오히려 의사들이 안락사를 권해 문제가 된 경우와 유산 상속을 받으려는 보호자가 환자의 안락사를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안락사가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안락사 찬반 논쟁은 사회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문제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안락사 찬반 논쟁,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락사 찬반 논쟁을 명쾌하게 짚어 주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에 대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 주는 청소년 교양서!
《세상에 대하여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안락사, 허용해야 할까?》는 안락사 전반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철학적 쟁점들을 균형 있게 살펴보면서 삶과 죽음의 문제에 접근한다. 삶과 죽음은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웰빙 뿐만 아니라 삶을 마치는 과정에서의 웰다잉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안락사를 현대 의학의 효율성과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커다란 그림 안에서 바라보게 한다. 안락사 논쟁을 단순한 찬반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 종교, 법률과 제도, 안락사의 대상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중적인 안락사 논쟁을 불러온 ‘테리 샤이보’ 사건이나 이누이트 족의 안락사 등 풍부한 사례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에 대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또한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환경에 따라 안락사가 어떻게 악용이 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던 불편한 안락사 논쟁을 상세히 다룬 이 책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껴보자.
▶ 책 속에서
이누이트 족
인류학자들은 몇몇 토착민들도 안락사를 시행했다고 기록한 바 있습니다. 주로 부족민들과 함께 이동할 수 없거나 사냥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안락사의 대상이었어요. 예를 들어, 북극권의 이누이트 족에서는 노인이나 병에 걸린 이가 부족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스스로 얼음 황무지로 걸어 들어갔어요. 그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노출되어 죽음을 맞이했지요. 오늘날 이누이트 족은 이러한 형태의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이누이트 족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데다 노인이 되어도 연금과 의료 혜택을 받아 부족민의 짐이 되지 않고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3쪽
원칙 적용하기
의료 윤리의 원칙 자체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실제 상황에 원칙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삶과 죽음에 관련된 복잡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예를 들어,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사망할 환자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수술이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습니다. 이럴 때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환자가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 것을 두고 보아야만 할까요? 또 수술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할 경우,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증이 심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존엄성’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31쪽
장애와 안락사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장애인은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말이에요. 장애인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 그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질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무척 낮습니다. 살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더라도 ‘심폐소생술 포기’ 통지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인들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의사로부터 열등한 취급을 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장애인은 삶의 질이 낮아 장애를 가지고 살기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는 사회의 일반적인 태도가 의사에게서도 발견된다는 것이지요.
-81~82쪽
오늘날 안락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안락사를 추진하는 단체 중 일부는 우생학 운동의 일환으로 20세기 초반에 설립되었습니다. 우생학은 ‘약한’ 개인들 이를테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추려 냄으로써 인류를 ‘향상’시킨다는 데 초점을 맞춘 학문이에요. 강인한 개체를 만들기 위해 주로 특성이 유사한 동물끼리 짝을 지어 주는 인위적 세대 형성 방법과 안락사를 활용했지요. 하지만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독일 나치당의 잔혹한 행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우생학에 대한 지지가 사라졌고 안락사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졌어요.
-97~98쪽
▶ 추천사
흔히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은 세상을 한 가지 논리로 쉽게 재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삶과 죽음의 문제는 단순한 논리, 철학, 종교 한 가지로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현대 사회와 같이 다양한 가치들이 서로 경쟁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수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통해 우리는 깊은 사고의 근거를 얻을 수 있어요.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논리적 사고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복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