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애달픈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환희에 차 위로 휘어진 두 눈을 보이지 않기 위함일까요.
그리고 정말 스스로 가린 것이 맞기는 한 걸까요.
여기, 미지와 신비와 위험이 가득한 곳 ‘산’에서,
떨어뜨리려는 사람들과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떨어져 신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산을 올라야만 하는 남자의 이야기
“하하하! 알겠습니다, 은울. 이렇게 부르면 되겠죠?”
허나 은울의 예의 없는 행동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넉살 좋게 웃으며 더 다가가는 필립의 모습에 요한이 멋쩍게 털 한 올 없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해 좀 해주게. 놀랄 일을 겪은 뒤라 좀 민감할 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저 같아도 그랬을 겁니다. 그나저나 크게 다친 곳이 없어 다행이군요. 이게 다 요한 님의 신속한 조치 덕분입니다.”
“조치는 무슨…… 창 던져서 애먼 사람 죽일 뻔 했ㅇ…….”
“야, 이놈아! 그건 실수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내 몇 번을 얘기하지 않았냐! 언제까지 그걸 붙들고 늘어질 셈이야!”
“시끄러워요! 머 뀐 놈이 성낸다고 아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