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우연 같은 필연, 상상 밖으로
이상한 사라사테 더 이상한 〈찌고이네르바이젠〉
어머니의 가슴 아픈 ‘쌀 반 가마니 값’
한옥의 겨우살이, 그리고 군고구마와 성경책
추운 겨울 처음 만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바닷가에 두고 온 ‘어린이의 정경’
쇼윈도 너머의 오보에, 그 청량한 그리움
<나의 음악실>을 아시나요?
베토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1977년, 〈겨울 여자〉와 클로디 챠리가 있었다
‘잃어버린 너’를 찾아서
첫 해외여행, 첫 쇼핑, 그리고 카라얀의 명반
윤정희, 백건우의 추억
막스 브루흐, 아내를 울리다
오보에에 맺힌 한, 색소폰으로 풀다
처음 잡은 지휘봉, 놀랍고도 소중한 ‘상장’
회색빛 우울한 젊음을 감싸주던 명동의 ‘필하모니’
새처럼 날아가버린 그 남자에게 바친다
전방의 메리 크리스마스
어머니는 글을 쓰고, 아들은 피아노를 치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1979, 홍콩
차가운 밤, 은빛 달에게 부쳐
라흐마니노프, 노스탤지어를 보듬다
비와 눈물, 그리고 바로크의 명곡 사이
옛날에 금잔디 동상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랄랄랄, 춤추는 강아지
남산, 오래된 동네를 걷다가 추억을 만나다
작은 아픔, 큰 위안
인생은 바둑, 패착 없는 하루하루를
음악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사랑하는 것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
세월이 가도 기억날, 4월 16일
젊은 오보에 연주자에게 축복을
스트라디바리우스, 300년 된 악기의 음색
전람회의 그림
부부의 이름으로, 따로 또 같이
포항 바닷가에서 ‘혼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은 흐르고
물에 대한 두 가지 생각
29년 만의 만남
품위 있게 말하기
너희들은 속초? 우리는 강릉!
아버지의 비명소리가 그리운 날
피아노의 시인, 이곳에 잠들다
경비행기가 우회한 이유
사랑의 유통기한, 음악의 유통기한
주변에 미운 사람이 있나요?
남산에서 멘델스존이 연주되는 꿈을 꾸며
백수의 하루와 금지된 장난
짧은 오해, 긴 인연
작은 기적을 기다리는 기도
사노라면 언젠가는
보이지 않는 슬픔
발가락이 닮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방해하는 기침 소리
군복 입은 산타클로스의 깜짝 선물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지 않은 이유
‘짱구’ 소녀 임예진이 최고였다
나의 사춘기, 그리고 사랑하는 기타
그 많던 꽁보리밥집은 모두 어디로 갔나?
핀잔 금지, 야단 금지, 그리고 무시 금지!
잔소리와 귀한 말씀 사이
겨울에서 봄으로, 희망이 있어 견딘다
시간은 알레그로, 걸음은 아다지오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최고의 청취율!
CBS 음악 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 어떤 생각, 오래전 추억과
아름다운 음악을 엮어 보내드리는 시간입니다.
강석우의 플레이리스트.”
매주 토요일, DJ 강석우가 전하는 음악과 사랑 이야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강석우가 CBS 음악 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맡은 지 5년이 지났다.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전국으로 송출되는 이 방송은 국내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중 압도적 1위의 청취율을 자랑한다. 요일마다 컨셉을 달리하여 알차게 짜여 있는데, 그중에서 토요일은 DJ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과 엮어 나직하게 풀어내는 ‘강석우의 플레이리스트’ 코너를 진행한다. 청춘스타 출신의 배우라는 무게감을 내려놓고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을 헤쳐 나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이자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공감을 자아낸다. 이 코너는 원래 6개월만 진행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청취자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아서 현재에도 인기리에 진행중이다. 그 ‘강석우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으로 묶었다.
별 볼 일 없는 글솜씨로 채운 이 책이
진솔한 마음으로 썼다는 이유로 미화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거친 글을 매만져서 민낯을 내보이는 부끄러움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읽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두어 군데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_프롤로그에서
하이틴 스타에서 여느 일상의 아버지로
배우 강석우는 1979년 영화 〈여수〉로 데뷔한 이후 중년 독자들에게는 〈겨울 나그네〉의 젊은 의대생 민우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여름아 부탁해〉의 아버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배우 강석우가 DJ와 저자로 기억될 것이다. 40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가 라디오 DJ를 맡으며 클래식 음악 전도사가 되었다는 사실은 뜻밖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월남하신 아버지와 교회에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했지만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던 저자는 클래식 음악의 ‘클’자도 몰랐던 소년이었다. 중학생 시절 ‘드보르자크’, ‘찌고이네르바이젠’ 등의 낯선 작곡가와 곡명이 너무나 웃겨 책상을 두들기며 박장대소했던 저자에게 클래식 음악은 어떻게 다가갔을까. 저자에게 음악은 교양 있는 취향이 아니라 고단한 삶을 지나갈 수 있게 하는 위안과 격려였다. 지금은 가곡을 작사, 작곡할 만큼, 단순한 클래식 애호 수준을 넘어선 전문가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클래식 지식을 뽐낸다거나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모아서 소개한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편하게 읽으며 자신의 추억과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인생과 음악 예찬 에세이다.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 시작도 안 하고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을 걱정하세요?
인생은 한 번이고, 생각보다 짧습니다.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_137쪽
‘들리나요?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
애청자라면 귀에 익었을 멘트.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이라는 말.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지난 추억을 얼마나 사랑하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시간에 경배하는지 알 수 있다. ‘선물’이라는 명사가 종종 등장하는 이 책은 인생 예찬서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내 때는 말이야’라는 ‘꼰대식’ 말투가 아니라, 오래된 서랍 속 앨범을 꺼내 사진 속 풍경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고 오늘 하루와 마주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코끝이 찡해지고 때로는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글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성격 좋은 옆집 훈남 아저씨의 음악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분명 저마다의 삶을 좀더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격랑의 세월을 지나서 평온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 같은 요즘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옛날로 가서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어요.
물론 미련은 있죠. 젊은 날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연기에 대한 미련,
지금의 감성으로 그 연기를 다시 한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미련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금이 삶이 너무 좋습니다.
막스 브루흐도 옛날을 그리워했을까요.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듯한 나른한 곡입니다. _213-214쪽
64편의 글과 음악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된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의 재출간 도서이다. 기존 도서의 일부 오류를 바로잡고, 도판을 추가하고, 본문 64편의 관련 추천 음악을 QR코드로 만들어 각 글의 서두에 넣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었으면 하는 저자의 배려가 담겨 있다.
추천의 말
강석우는 가슴이 따뜻하고 깊은 친구다. 나는 힘들었던 시절 이 친구의 따뜻한 정을 받고 큰 힘을 얻기도 했다.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와서 더욱 공감이 큰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 글들이 외롭고 지친 사람들을 꿈꾸게 해주길 바란다. 요즘 나도 매일 아침 CBS 음악 FM에서 친구의 목소리와 음악을 듣는다. 그 자리에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_송승환 (㈜피엠씨프러덕션 예술총감독)
예전에 에네스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 때의 출연으로 만난 그는 진솔하고 편안한 대화로 우리를 환대해주었다. 어려울 수도 있는 클래식을 편안하게 들려주는 그의 솜씨에 내심 감탄했다. 라디오 청취율이 높은 것도 그 덕분일 텐데, 이 책도 그러하다. 휴식과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_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리스트)
책 속으로
2017년에 나왔던 책을 출판사의 사정으로 절판하게 되었는데, 싱긋출판사의 제안으로 2권과 함께 다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사진을 많이 담았습니다. 그리고 QR코드를 글 앞에 두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_프롤로그에서
겨울날, 형제들이 난로 주변에 어머니의 등받이 없는 재봉틀 의자를 갖다가 앉고, 여동생들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떡도 구워 먹고 땅콩이랑 호두도 까먹던 기억이 가장 아름다운 한때로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누이도 있습니다. 그때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이 다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점점 무표정해지는데, 그야말로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 천진난만하게 웃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배꼽을 잡고 떼굴떼굴 구를 듯했던 어린 시절의 풍부한 표정들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그런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_19쪽
1977년, 그해 겨울에 가난하고 갈 데도 없는 청춘들이 귀마개도 없이 하릴없이 명동 거리를 몇 바퀴씩 돌면서 내내 클로드 챠리의 음악을 들었던 기억. 1977년을 기억하는 분들 가운데 저처럼 〈겨울 여자〉와 〈나부코〉와 〈산울림〉과 대학가요제 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세월이 흘러서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세상을 떠났고 클로드 챠리의 음악도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젊은 PD와 DJ 중에는 클로드 챠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죠. 그 음악을 통해 서 새로운 이름 베르디를 알게 되고, 새로운 오페라 〈나부코〉를 알게 되고, 그후에 조운 서덜랜드를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마음속으로 좋아하게 된, 1977년은 그야말로 제 인생에서 큰 선물을 받은 멋진 해였습니다. _42-43쪽
고향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음악 때문에 울기도 하고, 음악 때문에 가슴이 저리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명절을 맞으면 고향에 가지만 오늘 이 시간에도 갈 수 없는 고향이 있는 분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갈 이유가 없는 고향이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을 듣다보면 알 수 없는 향수를 느낍니다.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특별히 마음을 크게 흔들고 향수를 많이 느끼게 하는 곡이 있는데 그 곡에 대한 감정은 저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깊은 향수 같은 걸 느끼지 않나요? _97쪽
젊음의 시간은 현실에 대한 원망이나 술 마시고 토해내는 낙담의 시간이 아니고 미래의 나를 성공한 자리에 올려놓고 절제하며 그 꿈을 향해 가는 시간인 겁니다. 저는 <내 맘의 강물>이라는 곡의 가사를 참 좋아합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시간은 흘러갔어도 그 추억이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_146쪽
혹시 주변에 미운 사람이 있나요? 자세히 보면 누구에게나 그 단점을 덮을 만한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장점을 찾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 문제인 거죠. 인생을, 삶을 생각하게 하는 피아노곡을 함께할까요. 브람스는 만년에 피아노 소품을 여러 곡 작곡했는데 그 가운데 ‘인터메조’는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특히 118번의 두번째 곡 번 ‘인터메조’는 다큐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에서 “눈물 속에 웃음 짓는 감정”이라고 표현한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떠오르게 하네요. _176쪽
세상일은 정말이지 모르는 거예요. 그때 제가 느꼈던 깊은 절망감을 지금 느끼고 있을 학생들이나 젊은이들도 많을 텐데요. 낙심과 포기는 절대 금물입니다. 뭔가를 열심히 하세요. 제가 그 기간에 영화를 계속 열심히 본 것도 어쩌면 저에게 준 인생의 선물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_2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