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뛰어넘은 천 년의 순애보.
집, 회사, 집, 회사, 쳇바퀴 도는 지옥철과 야근 릴레이.
벗어날 수 없는 스물일곱 청춘은 피곤에 찌들어 있다.
십년지기와의 술 한 잔은 사치요,
사랑은 몽롱한 꿈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한민지.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삶으로 뚝 떨어진 한 남자.
“어디서 왔어요? 원래 여기 살던 사람 아니죠?”
“당나라.”
“당? 중국을 말하는 거예요?”
“중국 아니고 당나라.”
“지금, 과거에서 왔다는 말인가요?”
“나는 시간에 의미를 두지 않아.”
말아 올린 머리, 독특한 패션, 어색한 말투들.
슬프게도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정상이 아니구나.’
카운터 위에 조용히 수건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아쉬움에 유리문을 밀어내는 손에 기운이 빠진다.
“의미 없는 시간 속에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찬 공기를 밀어내듯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나는…… 적악의 수호자. 전장의 야차였으며, 신국의 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