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부. 멋진 그 사람 - 아름다운 행동과 생활, 일의 자세
‘멋진’ 그 사람
아무것도 아닌 생활의 아름다움
손을 사랑한다
자신의 단점과 함께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편지로
인사의 달인
일에서 드러나는 인간성
스타인벡의 「아침밥」이 좋은 이유
감상을 전하자
마법의 언어
꿈을 함께 나눈다
정보와의 거리를 지키는 지혜
돈을 쓰는 방법
칭찬하면서 깊어지는 인간관계
내가 배운 육아와 훈육
가정에서 소중한 두 가지
사람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살아간다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
인생의 등불이 되는 책
2부. 마음 어딘가의 풍경 - 마음에 간직된 사랑의 추억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안고 싶었던 등
뉴욕과 헤어진 날
좋아하는 사람의 냄새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
《생활의 수첩》 전 편집장이자 카우북스 대표로 일하는 마쓰우라 야타로는 현재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인물로 꼽힌다. 최근 독립서점이 많아지면서 그가 운영하는 ‘카우북스’도 어느덧 친근한 이름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의 서점 문화에 매력을 느낀 마쓰우라는 1992년 일본으로 돌아와 올드 매거진 전문점을 열었다. 2002년에는 트럭을 타고 다니는 이동 서점이자 ‘일본 셀렉트 서점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카우북스를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늘 어딘가로 움직일 것 같은 사람, 창의력으로 똘똘 뭉쳐 있을 것 같은 그이지만, 마쓰우라 야타로를 설명하는 단어는 바로 ‘기본’이다. 그의 책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삶의 기본을 중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그의 삶의 태도에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이지만, 국내 출간 도서 중 9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일본의 출판문화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동시에 어딘지 밍밍한 그들의 음식문화처럼 평범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일본 출판물에 대한 호불호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삶과 일의 ‘기본’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의 당연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다. 그건 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기본을 일깨우는 저자의 다짐이 가득하다. 한 손에 도넛을 들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배낭 여행자처럼 마쓰우라는 다소곳한 애교가 있으면서도 어딘가 당당한 품위가 감도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런 사람을 기억하며 이 글을 써내려갔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여행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며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체험은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것이 실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일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기,
관계하는 모든 것을 배려하기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는다는 것은 어떻게 해도 멈추거나 감출 수 없다. 그렇다면 일단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늙어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젊게 꾸미거나 화장으로 감추거나 건강 보조 식품에 의지하는 등 무리수를 둔다. 그것이 오히려 늙음을 두드러지게 한다. 마쓰우라는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되 정신, 곧 마음은 영원히 젊음을 간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쓰우라에게 아름다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배워 ‘자기다움’이라는 자유를 손에 넣는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배우는 데 필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이다. 저자가 굳게 믿는 젊음의 비결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다.
손은 정직하다. 손을 보면 그 사람이 이제까지 어떻게 일하고 생활해왔는지, 그 사람을 신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것 같다. 그만큼 손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드러난다. 마쓰우라에게 아름다운 손이란 일꾼의 손이다. 일꾼의 손은 피부가 거칠어졌을지도 모른다. 관절이 울퉁불퉁할지도 모른다. 손톱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손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손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삶을 꾸린다. 그래서일까. 마쓰우라는 엄청난 속도로 두드리듯이 키보드 자판을 치는 사람들, 지하철역 개표구에서 교통카드를 판독 부분에 내던지는 사람들을 못내 안타깝다. 상대가 기계니까 난폭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아무렇지 않음을 걱정한다.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자기가 관계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삶의 기본은 ‘배려’에 있다고 말해준다.
배려는 일을 하는 데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덕목이다. 우리는 늘 일을 한다. 그런데 일은 힘들다. 그렇기에 어떻게 즐기면서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마쓰우라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은 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궁리하는 사람이다. 일에 앞서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는 사람이다. 일에는 반드시 인간성이 드러난다. 그것은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 사람다움이 나오는 법이다. 좋은 일을 하려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우선 자신의 마음을 닦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예의범절과 몸가짐을 갖추는 것, 말씨나 자세에 딱 알맞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나는 나로 살고 싶다’고 바라는 우리에게, ‘말투 하나 바꿔서라도’ 삶을 바꾸고 싶은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사람은 자신의 장점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단점은 감춘다. 하지만 무엇이든 끝내 감춰지지는 않아서 단점의 꼬리가 졸졸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점을 스스로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는 중요하다. 자신의 단점을 모른다는 것은 인생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는다면 우리는 한층 성장할 것이다. 단점이 소용돌이치는 방향과 그 소용돌이에 스스로 휘말리는 방식이 인간의 흥미로운 점이다. 저자는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 소용돌이 속에서 능숙하게 헤엄치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한다. 단점, 곧 콤플렉스와 자기가 능숙하게 교류하기 위해 자신은 ‘실패 노트’를 적는다고 고백한다. 성공하거나 완수한 것은 흥미가 없고 실패하거나 반성한 것을 글로 옮기는 모습, 실패를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기록하는 그의 모습에서 삶의 기본을 되새겨본다.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에서 마쓰우라가 건네는 삶의 기본은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언젠가 꼭…’이라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곳저곳 도장 찍듯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여행, 그 여행지에서 아침마다 정해진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과 안부를 건네고, 입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옆에 앉은 사람이든 눈이 마주치면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는 일은 우리가 늘 꿈꾸는 특별한 일상이 아니던가.
이렇듯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잊고 살았던 삶의 기본을 되찾아준다. 저자가 만난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마쓰우라는 어제와 ‘다른’ 일상의 시작은 인사를 건네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타인이 자기를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면 먼저 인사를 하자고 청한다. 인사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다. 배려를 전하기 위해서는 마음으로부터 말을 건넨다. 배려는 감사에서 생겨나고, 감사는 존경에서 생겨난다. 중요한 점은 언제 어느 때라도 타인을 존경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할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안녕’이라는 인사를 작은 목소리로 건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