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강변의 오솔길―보스턴1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 곳―아이슬란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오리건 주 포틀랜드·메인 주 포틀랜드
그리운 두 섬에서―미코노스 섬·스페체스 섬
타임머신이 있다면―뉴욕의 재즈 클럽
시벨리우스와 카우리스매키를 찾아서―핀란드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루앙프라방(라오스)
야구와 고래와 도넛―보스턴2
하얀 길과 붉은 와인―토스카나(이탈리아)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구마모토(일본)
후기
‘여행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에세이.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 체류가 잦았던 작가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연장이자 창작활동의 귀중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여행 에세이로는 근 십 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간에서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하루키 씨,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본문에도 썼듯이,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사람이 라오스로 향하는 내게 했던 질문입니다.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 있는 것이 대체 뭐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 나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소리죠.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_「후기」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는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열 편이 실려 있다. 그중 표제작 격인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를 비롯한 일곱 편이 일본항공(JAL)에서 발행하는 『아고라』에 연재되었는데, 당시 하루키는 단행본으로 묶기 위한 긴 버전의 글을 따로 써두었다고 한다.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여행지의 특성과 문화를 꼼꼼하게 기록함은 물론 상당히 친절한 여행 가이드의 역할도 겸한다. 신구가 공존하는 핫 플레이스 포틀랜드와 뉴욕에서는 도시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각각의 여행 목적에 맞는 레스토랑과 클럽을 추천해주고, 장맛비에도 꿋꿋하게 구마모토의 관광 명소를 돌면서 착실한 리뷰를 남기고, “자동차 탱크가 텅텅 빈 채 무인 주유소 펌프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돌발 상황에도 ‘아이슬란드 주유소는 무인 시스템이니 미리 기름 넣는 법을 알아가는 게 좋다’는 팁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아내 무라카미 요코가 직접 찍은 사진을 포함, 모두 스물다섯 장의 사진을 곁들였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프로 여행자 겸 소설가가 이국의 풍경에서 엮어낸 인생의 가이드북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이라면 역시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그의 평소 생활과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행지에서도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는 그는 보스턴에서 스타벅스 대신 던킨 도너츠에 가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핀란드 출판사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책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실을 걱정하며, 애교 많은 그리스의 길고양이에 푹 빠져 한나절을 보낸다. 하루키 자신을 비롯한 아마추어 러너들의 축제인 보스턴 마라톤, 삼십대 후반의 어느 날 ‘먼 북소리’에 이끌려 떠났던 그리스 미코노스 섬, 재즈 마니아라면 누구나 방문을 꿈꾸는 뉴욕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 등, 예전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들이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1980년대부터 여행기, 혹은 해외 체류기로 분류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그는 ‘이 여행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언젠가부터 별로 여행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한 권 분량의 글이 모이는 데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한데 모은 글을 새삼 다시 읽어보자 ‘아, 다른 여행에 대한 글도 써둘 걸 그랬다’ 하고 은근히 후회가 되었습니다. (……)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본들 소용없습니다. 다른 글도 아니고 여행기는, 여행 직후에 마음먹고 쓰지 않으면 좀처럼 그 생생함을 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처럼 여행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책에서는 자유롭고도 느긋한 성향의 소설가가 여행자로, 또한 생활인으로 직접 보고 느낀 풍경과 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기행문의 명수’로 불리는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면, 적잖은 경력의 프로 여행자인 그가 고른 지구상의 차밍 포인트가 궁금하다면 그만의 감성과 유머가 가득한 이 여정에 동참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