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내일을 만들 수 있을까?
기후 비상사태 앞에 선 우리를 위한 안내서
도서 소개
기후 위기의 예정된 결말을 바꿀 전환의 시작!
2019년 한반도는 서울에만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14회, 관측 이래 한 번도 없던 ‘초미세먼지 경보’가 2회나 발령된, 그야말로 유례없던 고농도 미세먼지로 뒤덮인 해였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기후 비상사태’로 보듯 2019년은 세계적으로 환경 위기를 실감한 한 해였다.
이렇게 거대하고도 현실적인 위기로 다가온 기후 변화 앞에서,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행동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목소리부터, 전문의가 직접 종합해 알려주는 미세먼지 질환과 예방법까지 한 권에 담은 책 『미세먼지 클리어』(〈아르테S 004〉)가 나왔다.
『미세먼지 클리어』에는 과거의 경제성장이 어떻게 지금의 기후 위기를 초래했는지 짚어주는 환경운동가의 목소리,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를 과학적 근거로 바로잡고 우리가 현실적으로 집중해야 할 영역을 분명히 밝히는 과학 기자의 시선, 기존의 ‘환경세’ 집행 방식을 돌아보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공교통 정책 전문가의 제안, 미세먼지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 가능한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연구자의 생각까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쉬운 설명과 한눈에 알 수 있는 도표 등으로 쉽게 풀어져 있다.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미세먼지에 대한 진단, 개인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들이 담긴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 대신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낙관적인 태도와 실천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세계 270여 지역의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 행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뿌연 먼지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를 직시하자.” _신지예(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아르테S는 하나의 주제Subject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Story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담아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전 세계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전 세계의 청년 정치는 기후 정의 운동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노벨평화상 최연소 후보로도 오른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기후 운동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 뉴질랜드 의회에서 탄소 제로 법안 지지 발언을 하던 스물다섯 살 여성 의원은 기성세대의 야유가 쏟아지자 “오케이, 부머(Ok, Boomer)”라고 응수했고, 이 한마디는 수많은 밈(meme)과 지지를 타고 빠르게 번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기후 비상사태’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영국의 《가디언》은 이 소식과 함께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최근 12개월 내 10,796퍼센트 폭등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18년 당시 제주도지사 후보였던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은 기후 위기를 초래한 기존 토건 사업이나 난개발이 아닌, 환경 자원과 공동체를 지킬 기후 정의가 필요하다고 외쳤고, 당시 고은영 후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앞지르며 지지율 3위에 올랐다. 이렇게 전 세계의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는 『미세먼지 클리어』에서 ‘그건 바로 기후 위기가 미래를 잠식할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청년 당사자들이 실제로 직시하고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환경운동가 배보람은 지금의 한국 청년 세대는 ‘청소년기에 경제성장이 아닌 IMF를 경험한 세대’라 말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경제성장의 완성’이라는 목표조차 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성장이 멈춘 사회’,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조건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조건과 기후 위기를 가장 오래 감당해야 할 당사자인 청년 세대에게 ‘다른 구조로의 사회적 전환’은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다.
‘세계적 재난’인 미세먼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장기간 공개가 미뤄지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국제 공동 연구(LTP)’ 요약보고서가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지난 11월 20일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한국의 서울, 부산, 대전에서의 미세먼지 발생 요인 기여율 중 중국 요인이 연평균 32퍼센트, 국내 요인이 51퍼센트라 밝혔고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속보로 전해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 NASA와의 ‘한미 대기질 합동 연구(KORUS-AQ)’ 예비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요인 34퍼센트, 국내 요인 52퍼센트로 발표된 바 있다. 2017년과 2019년 발표된 국제 공조 연구 모두 유사한 결과를 보였으며, 초점은 두 연구에서 모두 국내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더 명확히 중국의 책임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하며 정부가 무능하다 비판했고,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어 진실은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책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중국 탓을 하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시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미세먼지 클리어』에서 강양구 기자는 198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때인 2013년이 ‘국내 경유차가 늘어난 때와 겹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정체가 지속될 경우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 지역과 피해 지역이 동일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며, 자구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남 탓하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
‘지체 없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김상철과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은 『미세먼지 클리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현재 펼치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고,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제안한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소개하며, 조세개편 전환으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한국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거의 없는 나라’이며 ‘자동차 중심의 인프라 정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도시들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대중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중교통을 더욱 자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더욱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15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는 ‘환경세’의 몫을 늘려,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환경 규제를 제안한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네 개의 장벽’을 명확히 제시한다. 첫째 ‘문제 해결을 개인화하지 않고 사회가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것’, 둘째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효율화와 연료전환의 병행’, 셋째 ‘정부가 규제 정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인센티브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넷째 ‘언론이 정확한 정보 전달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유진은 ‘기후 변화’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다 큰 규모에서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미 미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에 두고 산업, 경제, 복지 정책을 연계하여 탄소 배출량 감소, 일자리 확대, 사회 불평등 해소를 동시에 해결해나가는 방법이다.
이 책은 환경 위기가 닥쳐온 지금,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 원인을 탐색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직시하는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시작해 곧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해 우리의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목소리로 나아간다. 지금의 환경 위기가 과거의 우리로 인해 시작되었다면, 이 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우리가 직접 찾아야만 하고 또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더 큰 환경 위기가 닥쳤을 때 보여줄 미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두려움과 공포 대신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지금 당장 이 위기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 과정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적 변화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의 목소리를 찾아 보태야 한다. 이제 그 출발점에 선 사람에게 『미세먼지 클리어』는 가장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의 말
그레다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서 ‘기후 위기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세계 270여 지역의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 행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 세대가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뿌연 미세먼지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를 직시하자.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배출과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 전체의 변화가 절실하다.
_이영주, 「나는 캠프인가」 p. 229
책 속으로
공기청정기나 마스크를 사는 정도의 임시방편, 각자도생은 일정 정도의 소비력을 갖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나눈다. 공기청정기를 구매하여 실내 공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지불 능력에 따라 공기를 차등 구매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전제한 해결 방식이다.
_배보람 p. 34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던 경제성장의 속도가 느려지자, 더 명확하게 드러난 성장의 본질이다. 저성장 때문이 아니라, 위기의식 때문에 우리 삶의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미세먼지, 한여름의 폭염은 계절마다 잠깐씩 겪는 수고로운 일이 아니다. 지금과는 다른 구조의 사회를 살 수밖에 없는 조건, 이것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라는 현실이다.
_배보람 p. 41
우리는 이미 경제성장이든, 그 몰락의 상황에서든 더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왔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경제적 생존뿐 아니라 기후변화, 미세먼지 같은 생태적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가 더 크고 무겁게 지워진다. 환경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불평등은 사람들의 생사를 가른다. 따라서 이 시대의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는 경제성장이 낳은 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_배보람 p. 44
이렇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든 기간(1995년~2012년)은 중국의 산업화 기간과 겹친다. 즉, 중국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동안 오히려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과거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든 데에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줄일 수 있다.
_강양구 p. 75
동북아시아 대기 정체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짚는 연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효과로 대기 정체가 늘어난다면 미세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쌓이는 날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때는 “대기 흐름이 느려지니” 외부 오염 물질보다는 애초 그 장소에서 나온 국내 오염 물질이 더 중요하다. 인류의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가 미세먼지를 악화한다.
_강양구 p. 77
한국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거의 없는 나라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자가용 중심의 인프라 정책에 집중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자가용 중심의 교통정책으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도시들은 도시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한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을 통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_김상철 pp. 108-109
이제는 이런 교통 인프라를 유지?관리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건설 비가 5조 원 정도이고 유지?관리 비용이 5조 원 정도가 된다. 즉 이제는 짓는 것만큼의 유지?관리비가 사용되는 셈이다. 시간이 흘러 기존의 교통 인프라가 노후화되면 그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데 또 막대한 재원이 사용될 것이다.
_김상철 p. 167
한번 구축된 시스템은 이해관계인이 생겨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안정화된 시스템을 바꾸려면 이해득실을 조정해야 하고 누군가가 추가로 부담을 해야 하지만, 누구도 자기 주머니의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부도 기득권을 형성한 이해관계를 흔들거나 규제하는 정책을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속하고 과감한 전환은 정치적 결단과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시도하기 어렵다.
_이유진 pp. 129-130
우리는 압축 성장을 지향하면서 양적 성장에 집중해왔다. 그 속에서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 환경과 건강은 후순위로 밀렸고, 개인이든 정부든 환경과 건강을 보장하는 비용을 감당하는 데 인색했다. 우리 사회에 진짜 그린뉴딜이 필요한 이유다. 그린뉴딜은 자연과 인간, 사회와 경제가 공존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
_이유진 p.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