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이란 무엇일까?”
소유가 아닌 거주하는 기쁨에서 발견한, ‘집’이 가장 ‘집’다워지는 순간
도서 소개
나다운 삶과 공간을 찾는 여정의 기록!
턱없이 낮은 행복지수의 나라, 끝 모르는 부동산 투기 천국. 집이 삶을 ‘사는’ 곳이 아닌, 돈으로 ‘사는’ 곳이 되어버린 지금 이곳에서, 더 ‘집다운 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기만의 집 이야기를 하고, 기록하며, 집을 집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집다운 집』(〈아르테S 003〉)에 모아졌다.
『집다운 집』에서는 공유주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 마주하고 건강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젊은 건축가의 인터뷰, 정착할 곳을 찾아 거처를 옮기며 건강한 식재료를 나누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식당 주인의 고백, SNS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집의 취향과 멋, 온기를 ‘이웃’과 나누려 하는 인테리어앱 ‘오늘의집’ 관리자의 기록, 식물의 습기와 반려묘의 온기로 더 완벽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어느 영화인의 싱글라이프까지, 살고 싶은 집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는 생활자들의 각양각색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집을 바라보는 다양한 태도 등을 만나게 되는 한편, 살고 싶은 집들이 나눠주는 기쁨과 위로를 마주하게 된다.
“여기 네 사람이 그리는 각자의 ‘집다운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네 사람이 애써 묻고 답했듯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게 ‘집’다운 ‘집’이란 무엇인가.”_조재원(건축가)
아르테S는 하나의 주제Subject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Story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다양한 관심사들을 담아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집이란 무엇인가?
네 사람이 오랜 여정 끝에 찾아낸 나의 집 이야기
생의 절반을 보내는 곳,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지키고 회복시키는 장소인 집. 우리는 지금 그런 집에 살고 있을까? 집이란 무엇일까? 네 사람이 스스로에게 이에 대해 묻고 답했다.
젊은 건축가 송멜로디는 코리빙(co-living, 공유주택)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에게 코리빙은 단순한 주택 부족이나 임대료를 해결하는 문제가 아닌, 핵가족 중심의 주거 형태, 관리자 중심의 부동산 시스템, 부채에 의한 소유 등 집을 둘러싼 ‘보통의’ 방식에 의문을 갖는 것 그 자체이다. 코오롱 커먼타운의 공유주택 ‘트리하우스’를 설계한 그는 다양한 삶의 형태만큼 더 많은 선택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믿는다. 주요 주거 분자가 핵가족이 아닌 ‘개인’일 경우 도시의 새로운 구성과 모습, 그리고 자발적인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주거 문화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답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요나는 그만의 부엌에서 경험한 집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린 때, 허투루 흘려보내던 하루의 끼니를 수고스러우리만큼 정중하게 대하면서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 소소한 집밥 레시피, 독일과 서울의 한 달 집 바꿔 살기의 경험도 나눈다.
인테리어앱 오늘의집 관리자 무과수는 ‘감나무 집’을 만난 이후 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잠시 머무는 집이라 할지라도 행복을 유보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으로 집을 채워가면서, 삶 또한 채워지는 경험을 했다. 집에서 얻은 위로를 나누고자 SNS에 기록을 시작하고, 새로운 ‘이웃’들을 집으로 초대하며 아주 특별한 집들이가 열린다.
한편 독립영화 스튜디오를 꾸려가고 있는 진명현의 적막한 공간을 채워준 것은 식물의 습기, 반려묘의 온기였다. 대가족 생활자에서 1인 생활자가 된 후 생기를 잃은 공간은, 꽃과 식물을 돌보는 일들이 일상의 루틴이 되고 생명을 모른 체하지 않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이 오가는 집으로 변모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점에서 ‘집이 집다워지는 순간’을 발견한다.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자 삶 자체이기에 집다운 집이란 곧 나다운 집이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으며 집의 의미를 생각하고 자기만의 집다운 집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1인 주거 시대,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
집을 재화의 가치로만 여기는 시대. 저금리와 저성장, 물가 상승과 높은 실업률, 치솟는 집값을 끌어안고, 우리나라 가계소득의 평균 30퍼센트가 주거비용으로 지출된다.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 1인 가구에게 주거 안정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세태 속에서 공급자 중심, 관리자 중심이 아닌 거주자 중심의 집다운 집을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미약한 목소리일까. 그럼에도 우리는 집에서 각자가 어떤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어떻게 더 집다운 곳에서,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를 묻는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작은 냉장고 하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대해서, ‘계절이 담긴 재료를 손에 넣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밥을 차리고, 식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너무도 어려워져버린 비정상에 대해서 말한다. 또한 ‘지척에 사람의 숨소리를 두고 3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홀로 사는 석 달 동안 텔레비전 소리로 연명하고 있’는 집 안으로 하루빨리 온기를 불러들이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공간을 사용하지만 그게 누군지 모르’고 살며 ‘잠시만 아이를 내놓으면 불안한’ 세상에서 앞으로의 집은 어떤 곳이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고,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처한 웃지 못할 현실 속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어떤 분투의 기록이기도 하다.
추천의 말
재화로서의 가치가 아닌 거주하는 경험만으로 마음에 자리 잡은 ‘집’을 삶의 일부로 갖게 되면서, 나는 집에 대해 훨씬 자유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아파트냐 주택이냐, 자가냐 전세냐 월세냐의 구분으로 범주화하는 집이 아닌, 거주 경험으로서의 ‘집’, 개인의 필요에 따라 조합되는 ‘집’, 복수의 ‘집’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가설 아래 새롭게 열리는 ‘집’의 가능성들을 생각했다.
여기 네 사람이 그리는 각자의 ‘집다운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네 사람이 애써 묻고 답했듯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게 ‘집다운 집’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다른 이가 대신 묻고 답을 찾도록 맡겨둘 수는 없다. 이 질문은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_조재원(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책 속으로
지금 코리빙은 단순히 주택 부족이나 높은 임대료를 해결하는 것 그 이상의 물음인 것 같아요.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사회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 하는 것이 저한테는 조금 더 중요한 질문이에요.
_송멜로디 p. 27
제가 추구하는 코리빙은 개개인이 하나의 유닛unit으로 형성되는 구조예요. 1인 개념으로 접근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지죠. 가족 단위의 고정된 역할에서 1인 기준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되고요. 가족 구성원으로서,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부모로서가 아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문제가 되는 거예요. 다시 한번 ‘1인’에 초점을 맞추면, 사회적으로 고정된 성 역할에서도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어요. 코리빙 공간 안에서는 남자의 공간, 여자의 공간이란 구분도 사라지는 거죠.
_송멜로디 pp. 29-30
최근에 깨달은 사실인데 나는 아마도 살 곳을 찾아 헤매는 여정 속에서 살아낼 힘을 얻었던 것 같다. ‘어디에 살 것인가’를 함부로 다루지 않는 마음에서 느끼는 주체성 덕분이다. 주체성은 자존감의 씨앗이 되니까. 어찌 됐든 내 집 마련의 자금이 될 수도 있었던 큰돈은 모두 여비로 탕진했고, 거처에 대한 문제 또한 풀지 못한 채 여행자 놀이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머물러봤자 자꾸 어긋나기만 할 것 같았다.
_요나 p. 77
부엌을 천천히 다듬어가며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한 식사 실험에도 돌입했다. 실험의 내용은 간단했다. 매일의 식사에 무심해지지 않을 것, 그리고 솔직하게 있을 것, 두 가지였다. 어떤 재료를 어디서 사고, 어떤 기분으로 요리하고, 어떻게 차려서 먹을지 정중하게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수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져본 적이 없는 마음이었다. 집에서 혼자 먹을 식사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낯설고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로지 나만을 위한 부엌이라니.
_요나 p. 90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집을 구하고 끼니를 차려 먹으며 흐트러진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계절이 담긴 재료를 손에 넣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밥을 차리고, 식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 어쩐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런 시간이 삶에 있어 중요하다 감히 단정 지어도 되는 걸까 싶다가도 ‘집밥 같은 바깥 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보면 불균형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_요나 pp. 102-103
그러고 보니 이 집에 이사 온 후 물 말고는 냉장고를 채워본 적이 없었다. 순간 고마운 마음에 울컥했다. 그 작은 냉장고 하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삶이 서글퍼서. 그 뒤로 나는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다른 집, 아니 나를 다시 찾고 싶었다.
_무과수 p. 132
천장에 달린 올리브색 펜던트 조명, 빈티지풍 패턴의 카펫, 짙은 나무색의 책장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과 잡지. 집 구석구석의 모든 것이 내가 좋아하는 컬러와 모양, 그리고 관심사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공간이 나를 말해주고 있다.
_무과수 p. 143
문득, 집을 떠나기 전 이 공간으로부터 받은 위안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무과수의 집’이 또 다른 사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글을 올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요즘은 옛날처럼 동네 이웃과의 교류가 많지 않고, 바쁘게 살다 보면 친한 친구들과도 메시지로 안부 묻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SNS를 통한 집 초대는 신선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_무과수 pp. 156-157
잠깐 머무는 집이라 할지라도 ‘내 집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마음을 담아 공간을 가꾸며,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더 이상 유보하지 않고, 한껏 위로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온기로 가득한 방 안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가장 편안한 마음을 하고서.
_무과수 p. 167
구옥에 사는 이들에게 집수리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일상이다. 그리고 아파트와는 다르게 관리사무소도 없고 주민간의 연대도 없다. 집주인과 티격태격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배워가면서 집 안의 사소하지만 불편한 것들을 정리했다. 기계치인 내가 배수관, 보일러, 계량기 같은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애들하고 놀다니 놀랄 노 자였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부족했다. 꾸준하게 눈길과 마음을 줄 무언가가.
_진명현 p. 186
나는 극과 극의 이 습기와 사랑에 빠졌고 여전히 그 사랑은 진행 중이다. 수많은 송이들을 떠나보냈으며, 분갈이를 세 번이나 해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화분 어른 두어 분과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화분 친구들을 모두 욕조에 넣고 듬뿍 물을 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꽃시장에 들러 과하지 않은 정도의 생화 구매를 한다.
독립 후 식물과 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냐고 하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식물에 물을 주고 잎을 보고 꽂힌 꽃의 무른 줄기를 자르는 일들이 일상의 루틴이 되면서 나는 조금 더 건강해졌다. 마치 몸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처럼.
_진명현 pp. 194-195
서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트럭 하나에 모든 집을 싣고 바닷가가 보이는 작은 아파트로 가는 상상을 한다. 어디든 고양이 두 마리와 식물들이 있다면 그곳이 내 집이 될 것이기에.
하지만 우린 아직 이 집에서 함께 산다. 온기와 습기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고 가는 애정들을 느끼면서.
_진명현 pp. 20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