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제2막
옮긴이주
해설
사뮈엘 베케트 연보
“오 오늘도 행복한 날이 될 거예요!”
당신이 거기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가능한 한 적당히 내 말에
귀기울인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어… 천국이나 다름없죠.
거기서 내 말 들려요? 제발 대답해줘요……
『고도를 기다리며』보다 더욱 처절하고 치밀한 필독 걸작
언덕에 허리까지 파묻힌 여자, 사지로 기어다니는 남자, 그 충격과 압축의 이미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준 사뮈엘 베케트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1952)를 성공시키며 부조리극의 기수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후 희곡·소설·비평·방송극을 막론하고 작품을 쏟아내듯 집필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구축했다. 그중 놓쳐서는 안 될 희곡 작품이 베케트가 집필·수정·연출에 지대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 『해피 데이스』(1961)다. 네 명의 등장인물로 구성된 『고도를 기다리며』와 달리 단 두 명의 인물과 황폐한 광야만을 내세운 압축성, 주인공이 언덕에 파묻힌 충격적인 무대 광경, 치밀하게 설계된 대사·지문·호흡이 완벽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인간에게 주어진 육체와 시간이라는 조건의 끔찍함, 인간이 갈구하는 실존과 소통의 허구성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베케트가 쌓아온 부조리극의 세계에서 그 정점을 보여주는 『해피 데이스』는 “베케트=고도”라는 굳건한 공식을 깨트리는 동시에, 문자로 읽는 텍스트이자 배우를 통해 발화되는 육신의 텍스트인 희곡 읽기의 매력을 경험하게 하는 걸작이다.
언덕 한복판에 허리 위까지 파묻혀 있는, 위니. 오십 세가량, 젊어 보이는 외모, 가급적 금발, 통통한 체형, 맨팔과 맨어깨, 깊게 파인 보디스, 풍만한 가슴, 진주 목걸이. 위니가 팔은 언덕 앞에, 머리는 팔 위에 내려놓은 채, 잠들어 있다. 위니의 언덕 왼쪽에 장바구니 같은, 큼직한 검정색 가방이, 오른쪽에는 접이식 양산이 접힌 채 놓여 있고, 양산 손잡이 끝은 양산집 밖으로 나와 있다. 위니의 오른쪽 뒤에서, 언덕에 가려진 채, 땅에 누워 자고 있는, 윌리.
희곡 『해피 데이스』는 총 2막 구성이고, 등장인물은 50대 여자 ‘위니’와 60대 남자 ‘윌리’다. 태양이 작열하는 황폐한 광야의 언덕 꼭대기에 부인 위니가 허리까지 파묻혀 있고, 남편 윌리는 언덕 뒤에서 사지로 기어다닌다. 아무런 설명 없이 내던져진 이 포스트아포칼립스적 이미지는 “또 천국 같은 날이야”라는 위니의 첫 대사와 함께 시작부터 충격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해피 데이스』는 베케트의 작품 속에서 남성의 욕망과 공포가 깃든 시선으로 묘사되곤 했던 여성이 처음으로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인간 실존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베케트의 주제가 치밀하게 설계된 대사·지문·호흡을 통해 빈틈없이 발현됨으로써, 그의 부조리극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압축된 정수를 보여준다.
베케트는 인간의 삶이 덫이 될 수 있다는 그의 가장 강력한 상징을 그려냈다. 현대의 리스트에서 가장 불안하고 잊지 못할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
침묵과 고립의 공포를 물리치고자 몸부림치는 인류에 대한 베케트의 예지력의 정수를 완벽히 뽑아냈다. 가디언
삶의 잔혹한 측면에 깃든 순수한 낙관주의라는 베케트의 주제를 우리는 좀더 파헤치고 갖고 놀아야 한다. 데일리 뉴스
몸의 절반이 파묻힌 주인공 역할은 〈햄릿〉에 비견할 버거운 도전이다. 아무런 설명 없는 그들의 포스트아포칼립스는 〈워킹 데드〉나 오늘날의 디스토피아 드라마보다 더욱 황폐한 인간의 삶과 이성을 보여준다. 위니를 연기하는 게 배우들의 에베레스트로 여겨지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