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탐정인 아케치 고고로를 세상에 내놓은 대작가 에도가와 란포는 지금까지도 많은 미스터리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에도가와 란포도 고사카이 후보쿠라는 작가가 없었다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고사카이 후보쿠는 혈청학을 전공했다는 이색적인 이력을 살려 여러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과 SF 소설들을 선보인 소설가였다. 잡지 편집장인 모리시타 우손은 그런 고사카이 후보쿠에게 「2전짜리 동전」이라는 짤막한 단편 소설 하나를 건네며 평가를 부탁했고, 소설을 읽어본 고사카이 후보쿠는 크게 격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2전짜리 동전」의 작가가 바로 훗날 이름을 떨치게 될 에도가와 란포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사카이 후보쿠는 비운의 비행기 사고를 당해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의학박사이기도 했던 고사카이 후보쿠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의학을 소재로 한 여러 미스터리 소설을 저술하는 동시에 해외의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하여 일본에 소개하는 등 일본의 미스터리 장르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일본에 본격적인 SF 장르를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어느 자살자의 수기』에서는 여덟 편의 단편을 통해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가이자 일본 SF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사카이 후보쿠의 독특하고도 기괴한 작품 세계를 엿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