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제1부 구국위원회
1 군대 조직과 30만 징집법
2 파리의 상황
3 특별형사법원 또는 혁명법원
4 뒤무리에의 반역
5 구국위원회
제2부 권력투쟁과 공포정
1 권력투쟁과 마라의 재판
2 파리의 청원
3 지롱드파의 몰락
4 반혁명
_ 제1공화국 헌법
_ 앙라제의 공격
_ 연방주의
_ 마라의 죽음
_ 연맹주의가 연방주의를 누르다
5 공포정
_ 8월 10일 기념식과 공화력 1년 헌법 선포
_ 총동원령
_ 반혁명혐의자법
_ 특별형사법원의 쇄신
_ 공화력과 시간의 세속화
_ 혁명정부
6 마리 앙투아네트와 지롱드파의 처형
연표
9권은 시리즈 초반에 지적했던 일본 의존적 학술용어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좀더 확장해 아직도 관성적으로 쓰이는 중요 용어 몇 가지를 짚어보며 글을 시작한다. ‘삼부회’가 아니라 ‘전국신분회’, ‘면죄부’가 아니라 ‘면벌부’, ‘자유·평등·박애’가 아니라 ‘자유·평등·우애(또는 형제애)’가 올바른 용어인 것처럼, ‘사회집단이 공유하는 정신세계’를 뜻하는 ‘망탈리테’를 무조건 일본 학계의 권위를 믿고 ‘심성사’, ‘집단심성’으로 옮기는 일에 주명철 교수는 “자존심 상한다”고 토로하며 ‘집단정신자세(의 역사)’가 정확한 의미라고 밝힌다. 이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성직자 시민헌법’이나 ‘구국위원회’를 과거 일본인이 원 사료를 면밀히 검토하지도 않고 엉뚱하게 번역한 ‘성직자 민사기본법’이나 ‘공안위원회’로 여전히 별 문제의식 없이 갖다 쓰는 행태에 대해서도 주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의 역사가가 반자동적으로 가져와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대물림하는 현실, 부끄럽지 않은가?”
지난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군 ‘NO JAPAN’ 운동과 이 시리즈의 완간을 기회로 우리 학계의 일부 집단이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자발적인 예속’에서 과감히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이제 현명한 독자들은 식민지 지식인의 노예근성에 언제라도 “NO!”를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 본문에서는 1792년 8월 10일에 일어난 제2의 혁명 이후 입법의회로부터 군주정을 정지하고 새 헌법의 제정을 위임받은 국민공회가 공화국을 선포한 뒤 반년 동안 국내외의 반혁명세력과 싸우면서 국방위원회를 좀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구국위원회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을 두루 살펴본다.
정치적으로는 지롱드파와 몽타뉴파의 대립이 극에 달한 과정,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전쟁과 봉기들, ‘인민의 친구’로 불리던 급진적 성향의 마라가 살해당한 사건,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먼저 보낸 뒤 하루하루 온갖 모욕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과 지롱드파를 이끌던 주요 인물 21명의 처형 등이 중심을 이룬다. 전쟁에서 패한 책임을 떠안고 사형을 언도받은 퀴스틴 장군이 다음 날 오전에 단두대에 오른 것 외에도 국내 반란에 가담한 자, 거동이 수상한 자들을 탄압하는 분위기가 1793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렇듯 국가 위기 극복이 급선무였기에 공포정이 국민공회의 의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당시는 단두대에서 스무 명을 처형하는 데 불과 26분밖에 걸리지 않은 시대였다.
경제적으로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식량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필품 값은 날로 치솟고 투기와 매점매석 행위도 줄어들지 않자 ‘최고가격제법’을 실시해 민생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공화국 탄생에 어울리는 ‘공화력’의 제정과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쓰는 도량형의 표준화 작업 등을 중심으로 사회문화적 변화의 큰 흐름도 짚어본다.
9권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직접 들어보자.
“절대군주제의 신성성을 민주주의의 신성성이 대체하는 과정이 혁명이었다. 절대군주가 법의 원천으로 행사하던 신성성을 국민의 대표들이 무너뜨리면서 국민주권이라는 새로운 신성성을 창조하는 과정이 바로 혁명이었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과 비교할 만한 사례를 많이 가졌다. 그 하나가 ‘박정희 신화’이며, 그것이 딸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무너지고 있다. 유신헌법 시절에는 대통령을 비방하면 중벌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대통령에게 온갖 상스러운 욕을 퍼붓고도 무사하다. 우리는 대통령이 절대군주, 아니 폭군이던 시절을 벗어나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