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들은 일탈(逸脫, deviance)을 ‘정신병, 야만성, 엿보기, 벌거벗기, 동성연애, 갈취, 분파주의, 장님, 급진주의, 말더듬기, 매춘, 살인, 육체적 질병’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광의(廣義)의 의미이고 소소하게 보자면 술을 마시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일탈이다. 술을 매일 마실 수 없고 여행을 일 년 365일 계속할 수 없기에 일상을 벗어난 의미로 보면 이것 역시 일탈이다. 그렇다면 여행 중에 우연히 낯선 여인(혹은 남성)과의 만남은 어떨까?
이 소설은 한국남자가 일본 여행 중에 만난 일본여자와의 만남, 즉 일탈을 다뤘다. 우리는 일생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하지만 만나면 반드시 헤어(죽음)지지만 헤어지면 다시 만날 기약이 없다. 이것이 인연의 법칙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에서는 시간이 직선으로 앞으로만 나아간다고 믿지만 동양에서는 곡선 즉 원의 연장선상이다. 내세(來世)를 믿는 건 자유지만 사랑을 함에 있어서 다음 생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랑하면서 헤어진다는 말은 형용모순(形容矛盾)이다. 사랑은 지금 하는 것인지 미뤄두는 게 아니다. 내 인생,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면 후회 없이 사랑하라. 오늘 말이다. 내일은 없다.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불가에서는 오백생의 전생이 있었다지 않는가. 기억이 없다 할지라도 그렇게 만났다면 전생의 연이 닿은 것이다.
2018년 겨울
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