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저자의 말
나의 믿는 구석
그래도 즐거운 이유
노동절, 그리고 콩코드 광장
브아꼴롱에서의 일상
책임질 수 없는 슬픔
몽마르트에는
그 많은 그림 중에서
아슬아슬한 생일
예술
휠체어에 생긴 일
장애인이어서 속상한 순간
어느 아침
빌라자르 드 마르
어쩌다 들어간 공원에서
산파우 병원
대성당에서 만난 희망
지베르니와 몬세라트 수도원
다시 파리
세 번째 시도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지아 언니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고생했을 때 지아 언니의 부탁으로 남편 엠마누엘 씨가 병원에 함께 가주었고 영영 잃어버릴 뻔한 전동휠체어 충전기를 찾는 것도 도와주었다. 민폐만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도 브아꼴롱에 머무는 동안 지아 언니는 말 그대로 우리의 믿는 구석이었고 절체절명의 순간 만난 인연은 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최고의 보물이었다.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 사람들에게 가던 길을 멈추고 멀리서 온 여행객을 도와줘야 하는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훨씬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여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그곳에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믿는 구석' 중에서)
“일 라 일 라.”
청년 한 명이 우리를 향해 다급히 손짓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동휠체어의 배터리 표시등 마지막 칸이 위태롭게 깜박였다. 비상용 배터리까지 떨어지면 꼼짝없이 콩코드 광장에 갇히는 꼴이었다. 우리는 애써 부른 콜택시가 가버릴까 봐 허둥지둥 달렸다. 서울에서도 수없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했지만 콩코드광장에서만큼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민간 콜택시는 공간이 협소해서 등받이를 끝까지 세우고 강직이 심한 다리를 억지로 구부리고 나서야 문이 닫혔다. 왜 이렇게 좁지 싶었지만 따뜻한 히터와 숙소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가족을 최선을 다해 도와준 청년들의 선의에 불평이 싹 가셨다. 나는 창문을 들여다보는 청년들에게 있는 힘껏 손을 흔들었다.
('노동절, 그리고 콩코드 광장' 중에서)
「수련」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간절히 바라던 여행이 현실로 이루어져 감격하기도 했지만 4월의 햇빛을 머금고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뿜어내는 색의 향연이 눈부셨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을 보고 튈르리 공원에서 봄날을 만끽하려던 계획이 무색하게 우리는 「수련」전시실에서 하루를 다 써버렸다. 「수련」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 결국 포기하고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이제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작품 전체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예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