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들어가며
버번 위스키란 무엇인가?
버번 위스키 시음법
위스키 증류소 탐방
1장 켄터키 바즈타운 주변 증류소
1.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2. 헤븐힐 Heaven Hill
3. 윌렛 Willett
4. 바톤 Barton
5. 짐 빔 Jim Beam
6. 바즈타운 버번 컴퍼니 Bardstown Bourbon Company
2장 켄터키 루이빌 주변 증류소
1. 올드 포레스터 Old Forester
2. 엔젤스 엔비 Angel's Envy
3. 피어리스 Peerless Distilling
4. 스티첼웰러(불렛 위스키 체험관) Stitzel-Weller
3장 켄터키 프랭크포트, 로렌스버그, 렉싱턴 주변 증류소
1. 버팔로 트레이스 Buffalo Trace
2. 우드포드 리저브 Woodford Reserve
3. 와일드 터키 Wild Turkey
4. 포 로지스 Four Roses
5. 캐슬 앤드 키 Castle & Key
6. 제임스 페퍼 James E. Pepper
4장 테네시 주변 증류소
잭 다니엘스 Jack Daniel's
부록
뉴올리언스 술집 탐방
버번 위스키와 음악
버번 위스키 정보 안내
참고문헌 및 도판 출처
나오며
메이커스 마크, 짐 빔, 잭 다니엘스……
버번의 역사, 제조법, 장인, 본고장을 담은
매혹의 위스키 도서관
“친구를 가까이하고, 버번은 더 가까이하라!”
_켄터키 속담
21살 청년의 혀가 느끼는 버번과 70살 노인의 혀가 느끼는 버번은 다르다.
버번은 21살부터 죽을 때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_가넷 블랙(바즈타운 버번 컴퍼니 부회장)
술꾼의 술, 버번 위스키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합니다
이 책은 술과 음악에 심취하여 국내외 할 것 없이 관련 정보와 도서들을 찾아 헤매다가 ‘세상에 없다면 내가 쓰고 내가 첫 독자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집필에 착수해서 끝내 책을 내는 술꾼 조승원 기자의 세번째 책이다. 국내외의 방대한 자료를 뒤져 열심히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생생한 정보를 모은 뒤 흥미롭게 구성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글발로 빚어내는 저자는 오아시스, 밥 딜런, 이글스 등 뮤지션들의 작품과 그들이 사랑한 술을 다룬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소설가 하루키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술을 분석하고, 하루키의 단골 가게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술집을 방문해 쓴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는 음악과 술 애호가들과 하루키의 열혈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버번 위스키’만을 소개하는 단행본으로는 국내 최초의 책인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을 펴냈다. 이 책은 버번 위스키에 대한 정의부터 역사, 제조법, 시음법, 마케팅, 버번을 만드는 장인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어 그야말로 버번 위스키의 도서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메이커스 마크, 짐 빔, 버팔로 트레이스, 잭 다니엘스 등 17곳의 증류소를 탐방한 기록인데, 위스키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며, 버번 위스키를 조금이나마 아는 독자라도 당장 빠져들 최신의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심야에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버번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질 수 있다. 천혜의 환경 속에서 대대로 이어진 장인들의 치열한 철학과 경험이 담긴 증류소를 다녀온 저자가 직접 듣고 보고 맛본 체험에서 나온 매혹적인 글들은 읽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게 만든다. 술은 온라인 구매가 안 되는 만큼 술집이나 마트가 문을 닫는 심야에는 읽지 말아야 할 책이다.
“장인으로서 그들의 목표는 기업을 키우는 것도 아니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맛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더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전통과 혁신
이 책에는 자연이 준 최고의 여건 아래 더 맛있는 버번을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투철한 정신과 노력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다룬 버번 위스키는 ‘메이커스 마크’다. 메이커스 마크는 주재료인 옥수수와 부재료인 맥아 보리, 가을밀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버번은 부재료로 호밀과 맥아 보리를 사용하는 데 비해 메이커스 마크는 왜 가을밀을 사용할까? 여기에 재밌는 일화가 있다. 메이커스 마크의 창업자인 빌 새뮤얼스가 새 증류소 부지를 매입한 직후 가족을 불러모은 뒤 170년 동안 이어져온 가문의 위스키 제조 레시피가 담긴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제 이런 건 필요 없어. 정말로 새롭고 부드러운 버번을 만들 거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성냥을 꺼내 종이를 태워버렸다. 그러고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수만 번의 실험과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메이커스 마크를 맛볼 수 있는 황금 레시피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하늘의 뜻이 지배하는 숙성 공정에 인간의 경험과 기술을 결합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메이커스 마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간중간 오크통의 위치를 바꾼다. 올드 포레스터 증류소도 온도 조절 장치를 달아놓고 인위적으로 통제한다.
“우리는 오크통을 만든 장인을 믿습니다.
옥수수를 재배한 농부도 믿고요.
앞으로 더운 날도 있고 눈보라 치는 날도 있겠지만,
그 길의 끝은 아주 아름다울 겁니다.”
겨울에는 천사들이 술을 끊는다
버번 위스키 업체들은 모두 자연에 대해 감사해하고 섭리를 따르고자 애쓴다. 버번을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데 최대한 신경을 쓴다. 오로지 좋은 물만이 맛있는 버번을 만들 수 있다는 공통의 신념이 있다. 메이커스 마크는 자신들이 사들인 부지 중에서 5%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환경 보호를 위해 내버려둔다. 개발은 곧 자연의 파괴를 의미하며, 자연이 파괴되면 위스키의 품질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팔로 트레이스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 할렌 휘티는 위스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연’을 꼽는다. 엔젤스 엔비 증류소의 현관 벽에 새겨져 있는 ‘때론 위스키가 자기 스스로 말하도록 놔두는 게 최선이다’라는 글귀나, 메이커스 마크 증류소 마스터 디스틸러였던 그레그 데이비스가 “우리가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오크통에 위스키 원액을 넣고 숙성고로 옮겼을 때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와일드 터키는 4월이 되면 숙성고 창문을 열고, 10월이 되면 창문을 닫을 뿐 자연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재밌는 용어들도 자연에 순응하는 의미가 많다. 버번의 맛을 결정짓는 것이 증류를 마친 곡물 원액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하는 과정이다. 계절과 일기에 따라 오크통이 수축과 팽창을 하며 참나무의 풍미를 빨아들이며 맛과 색과 향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5%의 증류액이 증발한다. 이것을 업계 사람들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천사가 있으면 악마도 있는 법. 숙성을 마친 오크통을 분해해 널빤지 옆면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긴 선이 있다. 계절을 지나며 오크통에 위스키 원액이 스며들었다 내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긴 것인데, 이를 악마의 흔적(devil's cut)이라고 부른다.
“천국에서 버번을 마실 수 없고 시가를 피울 수 없다면,
난 그곳에 가지 않겠다.”_마크 트웨인
자연이 준 선물, 하늘이 내린 위기
버번의 생산자들은 천사들이 마신 위스키가 상당한 양임에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화재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하늘도 심술을 부릴 때가 있다. 숙성고는 대부분 나무로 지었으며 엄청난 양의 오크통 안에는 알코올과도 같은 위스키 원액이 들어 있어 만약에 불이 난다면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부분의 버번 업체들은 화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잭 다니엘스의 경우 예전부터 지역 공항 소방대 수준의 소방대를 자체 운영하여 소방차가 따로 있을 정도다. 하지만 헤븐힐의 경우 1996년 숙성고에 번개가 떨어져 발생한 화재로 존폐의 위기에 놓인 때가 있었다. 25개 소방서, 150명이 화재를 진압해도 불길을 잡지 못했고 결국 다 타서 잿더미가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19년에는 짐 빔도 낙뢰로 숙성고에 불이 붙어 위스키 675만 병을 만들 수 있는 원액을 태웠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올드 포레스터도 100년 전 화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올드 포레스터 1910’이 개발돼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한 반전이 있지만.
“매일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위스키를 만든다.”
버번 위스키란 무엇인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대표하는 버번 위스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규제받는 생산품’이라고 할 만큼 규정이 엄격하고 까다롭다. 전 세계 증류주 중에서 이토록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제조 방식을 정해놓은 건 없다. 우선 버번 위스키의 주재료는 옥수수로 전체 곡물의 51% 이상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최종 증류하는 알코올 도수가 80% 미만이어야 하고, 오크통에서 숙성을 마친 뒤 병에 담을 때에 알코올 도수는 40% 이상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도수 조절을 위해 물을 섞는 것 외에는 어떤 조미료나 색소도 넣지 않는다. 오크통은 반드시 까맣게 태운 새 오크통을 써야 하고, 숙성을 마친 오크통은 재활용하지 않는다. (미국 위스키는 대부분 버번의 방식과 같은데, 라이 위스키는 주재료로 옥수수 대신에 호밀을 사용하며, 테네시 위스키는 숯으로 여과하는 공정만 추가된다.)
“귀하고 오래된 버번 위스키를 아껴둬선 안 돼.
친구나 가족과 함께 지금 바로 즐겨야 해!”
버번과 음악과 명언들
이 책은 버번 잡학사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표지를 넘기면 저자가 책과 미국 드라마 등에서 수집한 버번에 대한 각종 명언들이 나온다. “친구를 가까이하고, 버번은 더 가까이하라.(켄터키 속담)” “일요일 아침 첫잔에 버번 위스키를 따르는 소리만큼 음악적인 건 없다. 바흐나 슈베르트 혹은 그 어떤 것보다.(카슨 매컬러스)” 또한 켄터키와 테네시는 컨트리 음악과 뗄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위스키와 관련한 컨트리, 블루스, 록 장르의 명곡 중 일부 가사를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