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개점휴업을 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이 아닌, 남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는 질책이 아닌, 늘 자신을 단련하고 개발하라는 충고가 아닌, 때로는 ‘개점휴업’을 하라는 말. 이래도 저래도 안 될 때는 쉬라는 말, 하지만 그만두지는 말라는 말, 쉬어도 길 위에서 쉬라는 말. 직장 생활을 하며 들어본 수많은 조언 중에 가장 진심 어린 말이었다. 강의 중간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나만 감동한 게 아니었는지 여러 명이 따라서 박수를 쳤고, 그녀는 그날 강의 중간에 박수 세례를 받은 유일한 강사였다.
_23쪽, <물 안 들어올 때는 놀아라> 중에서
누군가가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게 된다. 그 이름을 가진 나라는 존재도 사랑하게 된다. 어쩌면 자존감의 시작은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는 일부터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툭하면 ‘구두 수선’, ‘어수선’이라고 놀림 받는 내 이름이 싫었다. 어른이 되면 무난하고 튀지 않는 이름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이렇게 인사할 때가 참 좋다.
“안녕하세요, 성수선입니다.”
_31쪽, <이름을 불러주세요>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절대’, ‘결코’, ‘영원히’라는 말들을 어렸을 때처럼 쉽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단정하거나 함부로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건 수많은 소설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소설만큼 좋은 게 없다.
_106쪽,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서> 중에서
오래전에 엉뚱하기로 유명했던 남자 선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회사 여자 화장실에는 사물함이 있다며? 그거 열쇠로 잠그고 다니는 거야?”
잠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하자 그 선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데 다들 칫솔을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거야? 뭘 믿고?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내 칫솔로 변기를 닦았으면 어쩌려고?”
워낙 엉뚱한 선배였기에 그냥 웃고 말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심한 복수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내 생각 없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게 복수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누군가가 뱉은 침이 들어 있는 커피를 마셔 봤을지 모를 일이다. 지구는 둥글고, 상처는 되돌아온다.
_132쪽, <상처는 되돌아온다> 중에서
몸이나 마음이 허할 때, 우리에겐 가끔 진한 고깃국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깃국물을 처방해 주거나 사줄 친구가 필요하다. 힘없는 손에 수저를 쥐여 주며 어서 먹으라고 말해줄 누군가가. 식당의 매출고가 객당 단가와 좌석 회전율로 결정된다면 행복한 인생은 좋은 친구들과 좋은 만남의 선순환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요즘 부쩍 지치고 힘없는 친구에게 고깃국물을 사주자. 당신도 누군가의 명의가 될 수 있다.
_207쪽, <명의의 처방> 중에서
미슐랭 별을 3년 연속 받은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럭셔리할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진진의 인테리어는 꽤나 소박하다. 원가를 절감해서 호텔 수준의 음식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진진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메뉴, 가격 그 어디에도 거품은 없다. 천장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달거나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는 대신 왕육성 사부는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좋은 손님입니다.”
_246쪽, <내 인생의 스승> 중에서
잘되는 식당에 가면 자주 느끼는 건데,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도 그저 열심히, 정성을 다해 꾸준히 해온 일들이 마케팅 성공 사례가 되어 책에도 나오고 널리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모르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마케팅의 정석인 경우도 많다. 서귀포 올레시장 안의 작은 횟집이 스마트폰도 보급되기 전에 SNS 마케팅을 미리 알고 준비했을 리 없다. 그저 손님들이 좋아해서 힘들어도 꽁치 뼈 발라가며 하다 보니 이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꽁치김밥을 먹고 나오며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인사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_296쪽, <꽁치김밥에서 배우는 마케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