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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라
“우리는 상호 경쟁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지혜에 의한 방법이고, 둘째는 힘에 의한 방법이다. 전자는 인간 본래의 것이고 후자는 짐승에 속한 것이다. 그러나 첫째의 방법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둘째의 방법에 의존할 경우가 있다. 군주가 짐승의 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경우에는 여우와 사자를 택해야 한다. 사자는 함정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며 여우는 늑대에 대하여 손을 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고, 늑대를 쫓아 버리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은 마키아벨리다운 솔직한 표현으로 진실의 일면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긴 성경에도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라’는 말이 있다. 그러고 보면 『군주론』은 당연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기록한 데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쓴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잠깐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무렵 이탈리아는 국내의 수많은 도시와 남부의 나폴리 왕국 및 교황청 등으로 분리되어 세력 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에, 국정이 매우 어지러웠다. 그러다 메디치가에 의해 간신히 세력의 균형이 유지되어 왔으나 로렌초가 죽은 뒤로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베네치아 등 대도시가 각각 득세하여 주위의 소도시를 자신들의 산하에 흡수해서 아귀다툼이 연일 그치지 않았으며 여기에 외세까지 손을 뻗쳐 큰 혼란을 빚고 있었다.
그러자 정치, 군사, 역사에 일가견을 지닌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의 단합과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군주론』은 그때의 소산 중 하나이다.
『군주론』은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2장은 군주국가의 종류에 대해, 12장~14장은 군주가 가져야 할 요소에 대해, 15장~23장은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24장~26장은 군주가 운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469년 5월 3일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라틴어와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록 대학을 다니지는 못했지만 인문학 공부를 통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정치·외교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그는 약 15년간 피렌체의 고위 공직자로 있으면서 특히 외교 업무에 큰 재능을 보였다. 또한 외교를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보면서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 이후 말년까지는 비참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피렌체 공화국의 정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 속에서 메디치가의 참주정은 물론 공화정에서도 배제당해야 했다. 마키아벨리 스스로 ‘운명의 힘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듯이 운명에 의해 그의 세속적인 영광은 제대로 배제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같은 시간을 견디어 내며 자신의 사상을 정립하고 저술함으로써 후대의 정치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저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
그중 『군주론』은 1513년에 집필했는데, 정부에서는 이 책이 발간되자마자 소위 불온서적이라고 하여 즉시 불살라 버릴 정도였다. 마키아벨리가 쓴 책 모두가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으니 그의 절망의 깊이가 조금은 가늠이 될 것이다. 『군주론』 서문에 실린 로렌초 메디치에게 전하는 글에도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개탄하며 다시금 관직에 복귀하여 자신의 뜻을 펼쳐 보고 싶은 심경을 은연중에 토로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 설민석 선생은 『군주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운명은 어찌할 수 없지만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안에 인색함을 갖추고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정도의 과단성과 임기응변, 그리고 더 큰 도덕을 위한 부도덕과 함께 진정한 선을 이루기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을 용기를 가진다면 행운의 여신은 당신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