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서 3층으로 뛰어 올라 사무실 문을 열어젖히려는 순간. 분식가게에서 검정비닐로 싸준 음식물들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더니, 접수대에 부딪혀 아래로 맥없이 퍽, 떨어졌다. 그 바람에 떡볶이, 순대, 만두, 김밥이 제각각으로 터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야…….”
“이런, 많이 다치지 않았어요?”
재후가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을 안 청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정말로 만두부인이 속 터졌는걸?”
청수가 그녀 주위에 흩어진 음식물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
“정말 김밥 옆구리도 터졌어요. 호호호.”
놀라서 뒤이어 달려온 희영의 웃음보도 터졌다. 그 웃음은 사무실 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재후만 제외하고.
“잠깐. 동작 그만!”
“아니 또 왜?”
청수는 비명을 지르듯 손사래를 치며 소리를 지른 재후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제 콘택트렌즈가……. 잠깐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계세요.”
재후는 엉거주춤 일어나 무릎을 꿇고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잠깐, 나 좀 보지?”
웃음바다 속에서 렌즈를 찾느라 재후는 웃음기 가득한 청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봐요! 나 좀 보라구요.”
“예?”
“잃어버렸다는 콘택트렌즈가 이겁니까?”
그가 재후의 콧등을 스치듯 만졌다.
“예에…… 그런 것 같네요.”
혼란스러운 마음에 재후는 그저 멍하니 그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주보던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이 걷혔다.
‘마주치는 눈빛이…… 가슴이 두근두근…….’
아주 오래된 노랫말과 함께 또 다른 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심장으로 공명되어 퍼졌다.
‘넌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