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형수》는 양순자 교화위원에게 보낸 참회의 편지(옥중 생활과 그 때의 심경 변화)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한 책이다. 박철웅은 방탕한 세월 속에서 잘못 살아온 후회, 그리고 자신을 통해 피해를 입고 상처받고 있을 그 가족들에 대한 속죄의 마음과 미안함을 양순자 교화위원을 통해 전하고 있다. 박철웅은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자기 안의 어두운 방을 비로소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생에 처음 자신의 말에 온몸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가장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었던 만남을 가지게 된다. 박철웅은 비록 길지 않은 시간 시간이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877일 동안 그의 생에 있어 가장 따뜻한 순간을 보내게 된다. 죽음 문턱에서 비로소 고된 성장의 의례를 치른 듯,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자기 앞의 생을 마감하게 된 그는 1980년 4월경 누구의 권유도 없이 교도소 당국에 자신의 신체 전부를 집행 뒤에 병원을 통해 남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 줌의 재까지 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바치고 가겠습니다.” 박철웅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장기를 8명에게 주고 갔다. 형장에 있었던 구치소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철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