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뱀과 스테인리스>는 <문암진리> 속 태주의 언니, ‘기주’와 그녀의 남편인 ‘신영’의 이야기입니다. 구매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편 소개-
“다들 서울에 살고 싶어 하잖아요.”
양 옆으로 떡 벌어진 어깨 위에 붉은 노을이 만개해 있었다. 체격이 큰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더 커 보였다. 태주는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그런데 왜 여기 내려와서 이러고 있어요?”
코끝으로 소금기를 머금은 한여름 저녁의 냄새가 스며들었다. 다소 건조하고 알싸하지만 썩 나쁘지만은 않은 그런 냄새. 6월의 끝물부터 8월까지 쭉 맡았던 것.
“그냥……. 서울은 머리가 아파서.”
태주는 잠시 머뭇거렸다. 불편한 건 인정한다. 24시간 내내 북적거리는 서울에 비하면 이곳은 답답하고 적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여기 있는 이유…….
“불편하지 않아요? 여기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도시가 훨씬 낫지 않나요?”
저물어가는 햇볕 끄트머리를 바라보던 그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로 뒤이어 말했다.
“여기는 네가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제 마음에 막무가내로 밀려들어온 그녀가 그득하게 채워졌다.
-외전 소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생겼는데요.”
문득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가 드디어 떠올랐다. 신영은 금세 반가운 눈빛으로 무슨 질문이든 해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은 말씀은 정말 많이 하셨는데, 그런…… 뭐라고 할까. 다음? 미래에 관해서? 그런 게 관련된 말은 안 하셨던 것 같아서요.”
“그랬죠.”
“단지 애프터가 아니어도 뭔가 어떻게든 해 보려는 사람은 꼭 ‘다음’이나 ‘나중’을 기약하기 마련인데 대표님은 왜 안 하시는 건지 궁금하네요.”
기주는 말을 마치고 기다렸다. 흘려듣는 것처럼 보여도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놓치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지나가는 말이라도 꽤 오래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보니 그랬다.
신영은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도 방금 전 그녀가 한 질문은 의외였다. 별로 관심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건 아니었나 싶다. 재미있고 독특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지금과 오늘에 최선을 다해 보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