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가 되어 버린 열네 살 소녀 두희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가 일곱 살 아이가 되어 돌아왔다. 과일 장사를 하는 아빠, 틈만 나면 집을 비우려고 하는 철부지 오빠 대신 엄마를 보살피는 건 두희 몫. 달라진 엄마는 두희에게 “함부로 떼어 낼 수 없는 커다란 혹” 같은 존재다.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이지만 열네 살 두희에겐 그 이름이 종종 무겁게 느껴진다.
따뜻하고 섬세한 문장 속에서 두희의 아픔은 과장되거나 엄살 부리는 법 없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 이야기를 지켜보고 공감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인 줄 알면서도 끝내 책을 붙들게 하는 건 작가의 ‘진심’이다. 한 여성의 딸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엄마’라는 이름을 수만 번 부르고 또 들었을 작가의 삶이 두희의 삶과 맞물려 자아낸 그 진심에서 이 작품이 시작되었다.「글쓴이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두희의 엄마가 우리 모두의 엄마이기도 하다는 걸 우회적으로 말하고 싶었다”고. 잔잔하게 마음을 덮어 오는 감동은 우리 안에 잠들어 있을 ‘엄마’라는 이름을 밖으로 꺼내어 볼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