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잠바티스타 비코 Giambattista Vico, 1668년 6월 23일~1744년 1월 23일
비코는 평생 유럽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나폴리를 떠나본 적이 거의 없다. 나폴리 대학교의 수사학 교수였던 그는 그곳에서조차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입도 변변치 않은데다가 많은 식솔을 거느려야 해 빈한한 삶을 살았다.
그는 자신의 곤궁한 삶이 학문에 더욱 정진하라는 신의 섭리가 작용한 것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학문』의 집필에 몰두했다. 나폴리 뒷골목의 한 구석방에서 인류의 역사는 물론이고 천상의 세계까지 아우르는 업적이 탄생한 것이다. 그의 최대 업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학문』은 대단히 독창적이면서 수많은 학문 분야에 창조적인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작은 읽기가 난해하여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프랑스어 번역과 영어 번역을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비코의 『자서전』은 그 난해한 『새로운 학문』을 정확하고 흥미롭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중요성을 갖는 저작이다.
옮긴이 조한욱
서강대학교 사학과에 다니며 서양사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역사 이론과 사상사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면서 「막스 베버의 가치 개념」이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1980년대 초에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1991년 「미슐레의 비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가 프랑스어로 옮기면서 원전을 왜곡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번역 덕분에 비코의 사상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주제로 그 전후의 사정을 밝힌 것이다.
1992년 한국교원대학교에 부임하여 2019년 퇴임할 때까지 문화사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주로 문화사와 관련된 책을 옮기고 집필했다. 옮긴 책은 비코의 『새로운 학문』, 피터 게이의 『바이마르 문화』,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린 헌트가 편저한 『문화로 본 새로운 역사』, 『포르노그라피의 발명』,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로저 샤툭의 『금지된 지식』,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피터 버크의 『문화사란 무엇인가?』, 로저 에커치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등이 있다. 쓴 책은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서양 지성과의 만남』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내 곁의 세계사』 『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문화사를 대표하는 역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에서 밝혔듯 본질적으로는 비코의 연구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고, 교단을 은퇴한 이후의 여정도 철저하게 비코 학자로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번역, 출간했으며 『자서전』과 더불어 앞으로도 비코를 알리는 작업을 꾸준하게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