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식품전문업체 ‘팔도’에서는 ‘괄도네넴띤’이라는 한정판을 내놓았다. ‘괄도네넴띤’은 팔도의 대표제품 ‘팔도비빔면’을 비슷한 모양의 글자로 변형해 표현한 말로, 10~20대 젊은 층에서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팔도는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판을 내놓으면서 이 유행어를 차용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500만 개 한정판을 한 달 만에 완판시켰다. 원조 제품 비빔면도 매출이 늘었다.
단순한 말장난으로 볼 수도 있었을 ‘괄도네넴띤’이 어떻게 이런 반응을 얻었을까? ‘이거 재밌지?’ 하고 들이민 말장난이 아니라, 이미 소비자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던 것을 차용해 왔기 때문이다. 만약 홍보담당자가 ‘소비자가 재미있어할 만한 것’을 상상해서 내놓았다면 이 정도의 공감과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재미있어하고 어떻게 노는지 면밀히 관찰한 결과다.
평소에 우리는 잘 관찰하고 있는가?
우리가 관찰한 것은 과연 유효한가?
이처럼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하다. ‘쉰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만약 침대, 고요함, 숲 등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시쳇말로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예전의 휴식은 기계를 끄고 고요를 즐기는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휴식은 PC로 영화를 보며 아이패드로 카톡을 하고 휴대폰으로는 SNS를 확인하는 일이다.
꼰대라도 상관없다고? 큰일 날 말씀, 적어도 당신의 비즈니스에는 명백히 위험하다. 꼰대의 제품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지금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비자와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욕망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묻지 않고도 알 수 있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욕망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그 욕망은 어디에 나타나 있을까?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수단이 바로 빅데이터다. 소비자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사고 뭘 먹고 어떻게 노는지가 소셜미디어 등에 모두 나와 있으니 이 정보가 단서이자 답이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빅데이터 전문가인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것은 ‘데이터가 답’이라는 확신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통찰’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사람이 잘못 해석한다면 동영상 시청이 낙인 싱글족에게 조그만 TV를 팔려고 하는 오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
남들은 보고도 모르는 진짜 기회를 보는 법
그렇다면 데이터를 보고 어떻게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가장 먼저 ‘어설픈 상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의 소비자 이해는 정작 ‘이해’를 생략하기 일쑤다. 사람들을 관찰해서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패턴이 이러할 테니 이런 제품을 만들자’는 식일 때가 많다. 소비자를 관찰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상상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50대 사장이 20대의 마음을 알 수 없고 30대 직원이 70대 소비자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내가 생각하는 소비자는 실제와 다를 확률이 높다. 그뿐인가, 똑같은 10대라도 김부장의 10대 시절과 박대리의 10대, 지금의 10대는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관찰이 필요하다. 나의 선입견과 기득지(旣得智)를 버리고 관찰하고 또 통찰할 때 소비자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소비자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기업은 그들의 일상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고 그때 필요한 것을 놓아두면 된다. ‘내가 뭘 팔고 싶은지’가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섣부른 상상이 낳는 폐해와 데이터를 관찰하는 법, 데이터와 데이터를 연결시켜 해석하는 법, 그리하여 데이터 이면에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기회를 찾아내는 법을 특유의 맛깔스러운 화법으로 실감나게 풀어낸다. 유통업체들이 맛집에 목숨 거는 이유, 남성예능 변천사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의 자리, 달라진 맥주 광고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명절 이혼 피하는 법, 모 수입캔디가 항상 품절사태인 이유 등 데이터를 읽고 활용하는 온갖 방안과 예시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그럼으로써 같은 데이터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통찰과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책을 통해 입증하듯이, 데이터는 도구일 뿐 통찰은 사람의 몫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 더욱 각광받게 되는 이유다.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방향을 찾아온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과 기회를 알아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